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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너지는 줄" 지진으로 한반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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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너지는 줄" 지진으로 한반도 패닉

입력
2016.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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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떨어진 서울서도 규모2 진동

재난본부엔 신고전화 폭주

놀란 아파트 주민들 뛰쳐나와

“日 지진, 이제 남의 얘기 아냐”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시내 한 상가 건물 전면 유리가 파손된 모습. 연합뉴스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시내 한 상가 건물 전면 유리가 파손된 모습. 연합뉴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경주), “건물과 바닥에 금이 갔다”(부산), “건물이 흔들리는 걸 몇 초간 느꼈다”(강릉) “건물이 10초간 흔들려 현기증을 느꼈다”(청주) “기숙사 벽이 갈라졌다”(장성)

12일 밤 지축이 흔들린 한반도는 공포에 잠겼다. 이날 저녁 경북 경주 인근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은 진앙에서 350km 이상 떨어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저녁 귀갓길 도중 지진을 감지한 시민들은 한반도 역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두려움에 밤을 지새웠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4살 아이가 갑자기 비틀거려서 갑자기 왜 그러나 했는데 뉴스를 보니 비슷한 시간대에 남쪽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사는 주부 안모(35)씨도 “갑자기 어지럽고 식탁 위에 있던 국물이 넘쳐 흘러 깜짝 놀랐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경주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서울에 규모 2 정도인 진동이 느껴져 고층 건물에 사는 시민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라며 “서울 종합방재센터에도 첫 지진 후 1시간 동안 약 260여건 문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휴전선 접경지역을 비롯해 경기 지역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경기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규모 5.1인 첫 번째 지진과 5.8인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이날 오후 7시 44분부터 8시 32분 사이“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 전화가 1,000통 가까이 폭주했다. 수원시에 사는 김모(33ㆍ여)씨는 “산책하는 도중 미세하게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는데 아파트 주민들이 곧이어 놀라서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용인시에 사는 주부 안모(66)씨도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흔들려 어지럼증 때문인가 했는데 지진 소식을 들었다”며 “이제 지진이 일본이나 딴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 얘기가 된 거 같아 겁이 난다”고 걱정했다.

인천에서도 첫 번째 지진 발생 2시간여 만에 1,500여건의 신고 전화가 소방당국과 경찰에 접수됐다. 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59ㆍ여)씨는 “2층 집에서 TV를 보는데 미세하게 진동이 느껴져 놀랐다”며 “지진을 몸으로 느낀 것은 처음”이라고 당황해 했다.

지진 발생 시간대인 오후 7시 45분을 전후해 휴대전화 서비스가 느려지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마비돼 시민들은 더 불안해 했다. 퇴근 중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공무원 송모(37)씨는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주고 받던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됐다”며 “급한 일이 있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긴 했는데 지진 때문인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동 통신 3사의 시설 피해는 없었으나, 수도권에서도 순간적으로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통화 지연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기상청에서 규모 5.8인 2차 지진 후 공식적으로 “이 보다 더 큰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전 유성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이모(56)씨는 “일본에서도 대지진 후 여진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하루도 안 돼 더 큰 여진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 얘기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내진 설계 등 지진 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27)씨는 “일하고 있는 건물이 내진 설계 안 돼 있는 걸로 아는데 지진 때문에 흔들리면서 공포심에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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