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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세무사 자격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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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세무사 자격 사라진다

입력
2017.12.08 15: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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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국회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 간부들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 간부들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은 개업 초기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부동산 등기와 세금 상담 분야를 개척해 명성과 부를 쌓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그동안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법무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무사 자격도 자동으로 부여됐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변호사들의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가 완전히 폐지됐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구 세무사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에게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변리사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일부 변호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노무사, 법무사, 행정사 업무 영역에서도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으로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던 세무사 자격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당초 변호사 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의결되지 않았으나, 국회선진화법 규정이 적용돼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국회는 법사위가 뚜렷한 사유 없이 법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국회의장에게 해당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 제도가 도입 이후 처음 적용된 것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법사위에 장기 계류됐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달라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요청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 것은 1961년 세무사법 제정 당시 부족한 세무전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간 세무사 수가 1만여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세무행정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회계사들은 2012년부터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대상에서 빠졌지만, 변호사만큼은 예외였다. 하지만 유사직역에 대한 밥그릇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들도 더 이상 변화의 흐름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날 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변호사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현 회장을 비롯한 대한변호사협회 간부들은 본회의 통과 직전인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항의의 표시로 삭발식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개정 세무사법 폐기를 위한 무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율을 일반 궐련의 89% 수준인 20개비당 897원으로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한반도 전역의 단층을 조사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진ㆍ화산재해대책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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