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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답사기 딱 3권 쓰려했는데 25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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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답사기 딱 3권 쓰려했는데 25년째"

입력
2017.08.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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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내놓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6일 간담회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비 제공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내놓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6일 간담회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비 제공

“어차피 원고료도 못 받을 거 내 마음대로 쓰게나 해달랬던 게 시작이었고, 그 다음에는 딱 3권만 써놓고 딴 짓 하면서 놀려고 했어요. 이제와 보니 햇수로 25년째 답사기를 쓰고 있네요. 허허.”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난 미술평론가 유홍준(68) 전 문화재청장의 손에는 두 권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ㆍ10권- 서울편’이 들려 있었다. 1991년 진보적 사회과학자들이 만든 잡지에 투고하기 위해 몇 번 썼다가, 그 잡지가 곧 폐간된 뒤 백낙청 선생의 제안으로 그 원고들을 모아 1993년 내놓은 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강진ㆍ해남’ 편이었다.

그 뒤 국내 7권, 일본 4권 등 모두 12권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유 전 청장은 ‘답사 열풍’을 이끌어 낸 ‘국민 가이드’가 됐다. 반응도 좋았다. 12권은 모두 380만권이 팔렸다. 가장 최근작인 일본편이 권당 10만부씩 나갔으니, 이번 9ㆍ10권까지 합치면 ‘400만부 작가’ 반열에 오르는 셈이다. 9ㆍ10권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예약 판매만으로도 벌써 8,000부가 나갔다.

이번 9ㆍ10권이 눈길을 끄는 건 드디어 서울로 들어서서다. “이번에 책 내고 아내에게 줬더니 ‘또?’ 그럽디다. 누님께 드렸더니 ‘읽는 사람 힘들게 뭘 또 2권씩이나 쓰냐’고 하시데요. 그런데 전 제 나름의 사명감이 있습니다.” 부인과 누이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다. 서울편 기획은 전체 4편이다. 9권은 서울의 궁궐이야기, 10권은 한양도성과 그 주변 이야기를 다뤘다. “일본 교토가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가 ‘정원의 도시’라면 우리 서울은 5대 궁궐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궁궐의 도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11권은 낙산ㆍ인왕산 등과 그 일대, 12권은 북한산ㆍ한강과 그 일대를 다룰 예정이다.

9ㆍ10권에는 문화재청장으로서의 경험도 녹아있다. “서울에 대한 책은 엄청 많이 나와 있어요. 그러니 저로선 좀 더 새롭고, 깊이 있는 걸 써야 한다 생각했고요, 마침 문화재청장으로 3년 반 일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으니 이걸 지식공유 차원에서 풀어놓자 했지요.” 그러더니 슬쩍 되묻는다. “그러다 보니 책이 너무 두꺼워져서, 요즘 젊은 사람들 보기에 괜찮을까요?”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얘기도 들어갈까. 그는 참여정부 말기 숭례문 방화 사건 때문에 문화재청을 떠났다. “쓸 거에요. 난 억울하다고. 하하.” 농담 같지만 할 말은 했다. “숭례문 관리는 서울시장, 중구청장 책임이죠. 그런데 참여정부와 언론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내가 원 없이 커졌구나’ 싶어서 사표 쓰고 나왔지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숭례문은 중환자실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거에요. 그런데 마치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처럼 표현하더라고요.”

참여정부 때처럼 정부 주요 자리에 다시 발탁될 가능성은 있을까. “저는 그런 거 없어요”라며 손사래친다. “이번에도 정부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9ㆍ10권을 좀 더 쉽게, 빨리 내놓을 수 있었어요.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 더 쓴다는 말인가. “보니까 이제 국토의 반 정도만 썼던 걸요. 삼보사찰은 아예 못 썼고, 섬도 못 다뤘고, 경기도는 손도 못 댔어요.”

그렇다고 정부와 아예 담을 쌓은 건 아니다. 유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 기획위원장이다. 청와대 이전, 그리고 그에 따른 서울 도심부의 공간 재배치 일을 한다. “6개 관련 정부기관이 함께 의논해야 하는 것이어서 이게 예사로운 작업이 아니더라고요. 그걸 얽는 데만도 시간이 제법 걸립디다. 이제 곧 본격 작업에 들어가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어느 것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익살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그 얘기하면, 책 얘기가 죽잖아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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