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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9일]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새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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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9일]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새 패러다임

입력
2013.1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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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두 학생이 심하게 다투었다. 담임교사는 Wee(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 서비스) 클래스에 의뢰하였고, 전문상담사는 한 학생의 손목에서 칼자국 자해흔적을 발견하였다. 생명존중서약서를 받고 정서적인 안정을 시키는 한편 담임교사 및 행정담당자와 의논하여 Wee 센터에 학생을 의뢰하였다.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Wee 센터로 직접 학생을 데리고 갔다. Wee 센터는 상담자를 지정하고, 임상심리사는 심층심리진단을 실시하였다. 극도의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도록 소아청소년정신과에 학생을 의뢰하기로 하였고 부모를 설득하였다. 담당의에게 심리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의사는 검사결과를 참고하여 치료를 실시하였다. 전문상담사는 교사, 담당의사, 부모와의 주기적인 의사소통 아래 학생의 진전상태를 살폈으며, 학생의 호전상태를 확인 받으면서, Wee 클래스에 몰려오는 다른 학생들을 상담하는데 몰두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위기 학생 중에는 어떤 한 분야의 도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한 학생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가 한시적 팀워크를 이루어 개입하는 연계사업이 필요하다. 연계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연계의 패러다임을 '학생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사회 연계기관과 사업목록표만 참고하여 해당 학생을 연결시켜 주는 데서 그치는 사업중심 패러다임으로는 위기 학생의 문제해결에 줄 수 있는 도움이 매우 제한적이다. 각각의 사례에 대하여 위기 학생에게 필요한 개입이 충분히 실시되도록 조직망을 구축하고, 기관간 협의를 이끌어 내며, 개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추적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

둘째, 이런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담전문성과 행정역량을 겸비한 전담자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연계사업은 실무수준에서 진행해 왔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전문기관 목록과 주요 사업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지만, 위기 학생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개입이 종합적으로 조직되고 실행되는 체계적 접근에는 제한이 있었다. 이제는 전문적인 역량과 행정적 권한을 가진 상담 전문가가 전담하여, 연계사업이 학생의 필요를 바탕으로 사례별로 기획 및 추진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119 구급대, 경찰, 의료인까지 긴급히 투입되기도 하는 위기 학생 개입의 현장에서 한 순간의 판단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연계에 참여하는 전문기관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학생을 위해 조직된 팀이니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자신의 이익이나 체면을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아는 겸양의 자세가 필요하다. 연계 후 기꺼이 추수조사에 응하고 효과성을 검증받으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출범 5년을 지나면서 Wee 프로젝트는 연계사업을 집중 조명하며 본격화하고 있다. 90%를 넘는 학교 상담자들이 연계사업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며, 각 부처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를 맺고 있다. Wee 센터 상담원의 79.2%, Wee클래스 상담원의 61.2%가 연계사업의 효과를 인정한다. 부족한 예산, 폭주하는 업무의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연계사업에 임하고, 추수조사까지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준비된 전문인력들이 학교상담의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위기 학생의 필요에 맞춰 연계사업을 융통성 있게 펼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 학생 지원이 한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기보다는 국가적 지원체제 안에서 안정적으로 구조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임은미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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