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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오멸 감독과 김탁환 작가 세월호 장편영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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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오멸 감독과 김탁환 작가 세월호 장편영화 만든다

입력
2016.1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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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작가는 "'거짓말이다'의 영화화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탁환 작가는 "'거짓말이다'의 영화화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지슬’의 오멸 감독과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 등으로 널리 알려진 김탁환 작가가 서로 손 잡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장편영화 ‘바다 호랑이’(가제ㆍ제작 러브레터)를 만든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나 수필집 소설 등은 나왔으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장편영화 제작은 처음이다.

‘바다 호랑이’의 밑그림은 김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다. 김 작가가 지난 8월 발표한 ‘거짓말이다’는 민간 잠수사들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들여다본다. 고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삼은 주인공 나경수를 통해 참사 현장을 세묘하고, 잠수사 죽음과 관련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료 잠수사 류창대의 사연으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부조리한 사회상을 고발한다. ‘바다 호랑이’는 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내년 여름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말 관객과 만나게 된다.

김 작가와 오 감독의 만남은 의외다. 김 작가는 865만 관객을 모은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와 ‘가비’(2012), ‘황진이’(2007) 등 유명 영화의 원작자로 대중들과 친화도가 높다. 오 감독은 독립영화계의 큰 봉우리이나 상업영화를 연출한 적이 없다. 제주 토박이 오 감독은 제주도를 기반으로 ‘어이그 저 귓것’과 ‘뽕똘’(2009) 등을 만들며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주 4ㆍ3사건을 소재로 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로 2013년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소설가와 감독으로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온 두 사람은 2014년 이후 세월호라는 또렷한 공통분모 하나를 가지게 됐다. 2015년 김 작가는 조선시대 조운선 침몰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목격자들’로, 오 감독은 한 노인을 통해 구원을 이야기하는 영화 ‘눈꺼풀’로 세월호 참사를 각각 은유했다. 김 작가는 “(영화화 결정을 앞두고)오 감독을 뵙기 전 ‘눈꺼풀’을 봤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예술가들이 자기방식대로 반응을 했는데 오 감독도 그랬구나, 내가 느낀 감정을 이 분도 겪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세월호 참사 당시 사흘 동안 멍하니 뉴스만 보다 ‘눈꺼풀’의 시나리오를 썼다”며 “‘거짓말이다’를 몇 쪽 읽고선 엉뚱하게도 내가 연출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들이 되어버린 민간인 잠수사들에 대한 진실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들이 되어버린 민간인 잠수사들에 대한 진실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바다 호랑이’는 오 감독을 ‘뭍’으로 오르게 했다. 국내외 영화제작자들이 제주도 밖에서의 여러 영화 연출 제안을 해왔으나 오 감독은 매번 마다했다. 제주의 풍광을 배경으로 제주 사람들의 모습과 풍속을 지속적으로 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오 감독은 “이제 조금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바다 호랑이’가 (제주도를 배경 삼은 영화와)다르지 않다고 확신하다”고 말했다.

‘바다 호랑이’는 제작비 100억원 가량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잠수사들이 수중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김 작가는 오 감독이 ‘눈꺼풀’과 최신작 ‘인어전설’을 통해 쌓은 수중촬영 노하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작가는 “세월호 참사는 엄청난 사건이라 역사의식이 강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슬’을 보고 그런 역사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며 “오 감독이 수중촬영 기술에 천착하고 있기도 해 오 감독이 연출하면 제대로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오 감독은 “우리가 보지 못한, 또한 볼 수 없었던 절망의 공간이기에 수중 장면은 단연코 가장 공들여 찍고 싶다”며 “잠수사와 아이들이 대화를 나눴던 그 절망의 공간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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