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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디플레와의 싸움이 시작되는가

입력
2016.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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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국제금융시장이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홍콩달러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이 시작됐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정책의도와는 반대로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역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대형은행들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급감한 결과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13년 만의 최저치인 20달러 대로 하락해 주요 산유국의 경제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물경제도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별 효과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형국이고,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 또한 트릴레마(자본이동ㆍ환율안정ㆍ통화정책 3중고)에 빠진 중국 정책당국이 쉽게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존의 경제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유로존의 디플레 가능성은 20%를 상회하고 있다. 그나마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던 미국마저도 강 달러와 낮은 국제유가로 인해 회복 모멘텀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지나치게 조급한 달러 조이기 부작용이 퍼펙트 스톰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처럼 대외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경제는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문제, 지속적 내수 부진, 그리고 수출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에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위기의 방아쇠는 다음 두 가지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과거에 경험했던 외화유동성 부족이고, 둘째는 ‘디플레→급격한 부채축소→디플레’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다..

우선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는 국내 금융회사 및 기업의 대외채무 현황을 볼 때 2008년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기축 통화 국가인 우리로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의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모기업이 지급보증을 선 해외 현지법인의 외화차입 등 아직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대외부채 금액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디플레→급격한 부채축소→디플레’의 악순환 우려는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달리 현재 경제상황에서 두드러진 위험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국내외 경제여건에 미루어 디플레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2014년 이후의 아파트 공급 증가로 내년부터는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화하고,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경우 국내에서도 디플레가 빚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 경우 경제주체들은 급격히 부채를 축소시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는 결국 유효수요의 부족을 유발해 디플레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과다한 상황에서 물가가 하락하면 실질채무부담 증가, 담보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는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디플레→부채축소 악순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 재정당국, 그리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국내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면서 디플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현재 상황에서) 지나치게 늦은 정책적 대응의 위험은 지나치게 이른 정책적 대응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디플레의 위험이 현실화한 뒤에는 정책당국의 정책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임을 뜻한다. 국내 경제상황도 비슷하다. 정책당국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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