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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정치철학 담은 명연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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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정치철학 담은 명연설 5

입력
2015.08.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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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다.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며 반세기 동안 한국 정치를 이끌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혹독한 고난을 견뎠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늪에선 빠져 나오지 못한 한계도 있다.

정치는 언어고, 언어는 설득의 도구다. 김 전 대통령은 뛰어난 설득가로 평가 받는다. 철학과 논리를 겸비한 설득력은 그가 민주개혁세력의 지도자로, 대중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한국 정치의 큰 별이었던 김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그의 정치인생 주요 변곡점에서 탄생한 명연설을 간추렸다.

1970년 11월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신민당 대선후보 김대중의 유세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0년 11월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신민당 대선후보 김대중의 유세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민주주의의 적은 독재"

1969년 7월19일, 김대중 당시 신민당 의원은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3선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 시국 대연설회 연단에 올라 아래와 같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독재 말로를 경고하는 연설을 했다. (▶관련기사)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 좌익 독재 뿐만 아니라 우익 독재도 똑같은 적이요! 히틀러도 동조(도조 히데키)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음모에 의한 이 1인 독재도 민주주의의 적인데는 다름이 없다는 걸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그 말이여! 아 이 나라가 누구 나란데! 이 나라가 박정희 나라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바꿔도 헌법은 영원한 거여! 헌법이 박정희 보다 위요? 박정희를 위해서 헌법 바꿀 수 없다는 걸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그 말이여! (…) 마지막으로, 이 사람은 온갖 정성과, 온갖 결심으로써 박정희 씨에게 마지막 충고하고 호소합니다. 박정희 씨여! 당신에게 이 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일천의 양심이 있으면, 당신에게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할 지각이 있으면, 당신에게, 4.19와 6.25때 죽은 우리 영령들 주검의 값에 대한 생각이 있으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3선 개헌만은 하지 마라! 만일, 당신이 기어이 3선 개헌을 했다가는, 이 조국과 국민들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죄악을 가져올 뿐 아니라, 박정희 씨 당신 자신도 내가 몇월 며칠날 그렇게 된다고 날짜와 시간은 말 못하지만, 당신이 제 2의 이승만 씨가 되고, 제 2의 '아유브 칸'이 되고, 공화당이 제 2의 자유당이 된다는 것만은, 해가 내일 아침에 동쪽에서 뜬 것보다 더 명백하다는 것을 나는 경고해서 마지않는 바여."

1971년 4월 18일 서울 장충공원에서 열릴 유세에 앞서 신민당 대선후보 김대중과 당수 유진산이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4월 18일 서울 장충공원에서 열릴 유세에 앞서 신민당 대선후보 김대중과 당수 유진산이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문제는 우리 정치, 내부 사고가 문제”

1971년 4월 18일 서울 장충단공원에서는 김대중 신민당 대선후보가 100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유세를 했다. 3선 개헌 직후 열린 그해 대선에서 김 후보는 540만표, 박정희 대통령은 635만표를 얻었다. 다음은 당시 김 전 대통령 연설의 일부다. (▶홍종학 의원 블로그)

“오늘날 이 썩은 정치, 이것은 공산당을 키워 주는 온상이오. 오늘날 이 몇 사람을 잘살게 하는 특권 경제, 공산주의는 이런 특권 경제 속에서 자라나요. 따라서 박(정희) 정권은 말로는 반공하지만 그 하는 정치는 오히려 공산당을 기르는 반공을 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박 정권은 '공산당을 잡자!' '간첩을 잡자!' 이렇게 말하지만 공산당도 안 잡아.(…) 내가 여러분에게 한 가지 책임 있는 말을, 중요한 말을 하겠습니다. 여러분! 김일성이는 앞으로 10년 내에는 대한민국을 침략하지 못해요. 38선을 돌파하지 못해. 김일성이는 그런 힘이 없어. 뿐만 아니라, 세계는 지금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가고 있어요.(…) 다만 문제는 우리 정치가 잘못되어 가지고 우리 내부에서 사고가 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은 정치를 하루빨리 시정해야만 그 사고를 바로 잡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번에 정권교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1971년 4월 18일 신민당의 장충공원 유세가 끝난뒤 청중들이 김대중 대선 후보 지지를 연호하며 종로에서 야간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4월 18일 신민당의 장충공원 유세가 끝난뒤 청중들이 김대중 대선 후보 지지를 연호하며 종로에서 야간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국난극복, 재도약으로 새시대 열자”

1998년 2월 25일 15대 대통령에 오른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엄중한 시대 상황에 대한 걱정이 드러난다.

“불행하게도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에게는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환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나라가 파산할지도 모를 위기에 우리는 당면해 있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매일같이 밀려오는 만기외채를 막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파탄의 책임은 국민 앞에 마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우리 국민은 해낼 수 있습니다. 6.25의 폐허에서 일어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제가 여러분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우리 다같이 손잡고 힘차게 나아갑시다. 국난을 극복합시다 재도약을 이룩합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드높입시다.”

1998년 6월 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6월 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민주주의는 절대적 가치이자 유일한 길”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아시아의 민주화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남북화해정책을 펼친 공로가 인정돼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김 전 대통령의 소감 연설 일부다. (▶전문보기)

“제가 민주화를 위해서 수십 년 동안 투쟁할 때 언제나 부딪힌 반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시아에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러한 뿌리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아시아에는 오히려 서구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인권사상이 있었고, 민주주의와 상통한 사상의 뿌리가 있었습니다.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사람이 즉 하늘이다.' '사람 섬기는 것을 하늘 섬기듯 하라.' 이런 것은 중국이나 한국 등지에서 근 3천년 전부터 정치의 가장 근본요체로 주장되어온 원리였습니다. 또한 2,500년 전에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에서는 '이 세상에서 내 자신의 인권이 제일 중요하다'는 교리가 강조되었습니다.(…)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절대적인 가치인 동시에 경제발전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2009년 5월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5월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2009년 6월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별강연을 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연설로, 아래 내용은 그의 정치적 유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문보기)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가 칼날을 휘두르면서 백수십 명 죽이고, 그렇게 얼마나 많은 사람 죽였나.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그분들을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 위해 우리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할 때 누구든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양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이렇게 해서 양심을 도피합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양심에 합당한 일인가. (…) 나는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키라.”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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