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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가난과 역마살이 만든 ‘배우 김상호’

입력
2017.11.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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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배우 김상호. 하지만 그의 넉살 좋아 보이는 웃음 뒤엔 지금껏 드러내지 못했던 수많은 고초가 숨어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를 쫓아다니던 지긋지긋한 가난과 역마살. 때문에 “꿈은 사치”라던 그는 어쩌다 배우가 됐을까요. 지금의 배우 김상호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인생 뭐 있나?! 내 인생은 ‘망함’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꿈은 사치였다.

“집이 찢어지게 가난한데 꿈을 꾼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빨리 돈을 벌고 싶단 생각밖에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들어갔다.

1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퇴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또래 학생들 때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부러웠다.

역마살 인생의 시작

학교로 돌아갔지만, 1년이란 세월을 건너 뛰어서 일까…

적응은 쉽지 않았다. 결국 6개월만에 다시 공장으로 향했다.

그 뒤론 화학공장, 건설현장 등 온갖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강원 원주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하며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발견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게도 희망이 있음을 깨달았다.

다들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나 또한 그랬지만, 해내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제대 후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배우가 돼야겠다” 다짐하고, 서울로 향했다.

“상호야, 네가 돈이 있냐, 빽이 있냐?”

다들 나를 말렸다. 하지만 그런 가족들에게 당당히 말했다.

“빽? 제가 서울 가서 만들게요”

포스터 붙이는 일을 시작으로 대학로를 열심히 돌다보니 ‘종로고양이’ 등 다양한 연극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역마살 낀 팔자가 어디 갈까.

연극이 지루해질 때쯤 극단을 나왔다.

신문배달, 우유배달을 하며 돈을 벌었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월세 15만원짜리 상가에서 라면가게를 열었다.

대학교 앞이라 라면값 2,000원에 밥은 공짜로 줬다.

비싼 해물라면을 싸게 팔다 보니 가게는 시원하게 망했다.

다시 일용직 노동자가 됐다.

아파트 건설현장을 다니며 쉴 새 없이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무대의 첫 작품이 ‘인류 최초의 키스’다.

수감자들에 대한 잘못된 폭력의 그늘을 꼬집은 작품으로, 이를 통해 처음으로 꿈을 갖게 됐다.

진짜 배우가 돼야겠다는 꿈.

“내가 맡은 역할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다보니 연기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치열하게 연기했다”

스스로에게 또 실망할 순 없다.

긴 시간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고 연기하기 위해 술을 단호히 끊고 북한산 등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인류 최초의 키스’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재공연을 이어갔고, 손꼽을 정도의 ‘장수 연극’이 됐다.

“비록 모질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에 와선 그것들이 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방황에도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배우 김상호.

그의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

기사원문=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제작=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극단 ‘청우’, 극장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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