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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보물로 변신한 폐석산… 올해 42만명 불러 모았다

입력
2017.12.29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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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민원 끊이지 않던 골칫거리

“문화예술 공간으로” 역발상 제안

2009년 문 열어 경기북부 명소로

올해 지역경제 유발효과 259억원

전국 지자체서 찾아와 벤치마킹

중학교 과학교과서에도 실려

포천아트밸리 내 야외조각공원 등이 하얀 눈으로 덮혀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포천시 제공/그림 2채석을 마친 뒤 생겨난 거대한 웅덩이를 다듬은 비취색의 인공호수인 천주호와 호수를 둘러싼 기암절벽. 포천시 제공
포천아트밸리 내 야외조각공원 등이 하얀 눈으로 덮혀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포천시 제공/그림 2채석을 마친 뒤 생겨난 거대한 웅덩이를 다듬은 비취색의 인공호수인 천주호와 호수를 둘러싼 기암절벽. 포천시 제공

“기존의 사고를 뒤집는 역발상을 하니 사람과 돈이 모여들더라구요.”

포천아트밸리를 처음으로 제안한 이상근(55) 경기 포천시 아트밸리 소장은 한 해 30만명이 찾는 경기북부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포천아트밸리의 성공이 믿기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5년 전인 2002년 돌을 캔 후 버려진 폐석산의 사후 관리 업무를 하는 시청 산림과 팀장이었다. 그에게 당시 5년 가까이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신북면 폐석산 처리는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부도가 난 석산 사업자가 적기 복구도 하지 않고 내버려둬 채석장에서 날리는 흙먼지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2년 가까이 민원에 시달리다 묘책을 짜 냈다. “황무지 같은 채석산의 자연 모습 그대로를 살려 문화공간으로 꾸미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시 내부 업무통신망에 공식 제안한 것. 채석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호수와 90도 각도로 깎인 기암절벽의 풍광이 관광지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사람들이 꺼리는 폐석산을 사람이 몰려드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그의 전례 없는 역발상 제안에 시장은 물론 공직사회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예산확보에 애를 먹어 사업 구상단계에서 폐기될 뻔 했다가 드디어 2004년 빛을 보게 됐다. 경기도가 실시한 북부특화사업에 그가 제안한 포천아트밸리 사업이 선정돼 예산 100억원을 확보한 것.

포천시는 그해 시비 등을 보태 모두 155억원을 들여 신북면 기지리 천주산 14만743㎡의 폐석산을 사들였다. 이후 5년여의 공사 끝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벽과 채석 과정에서 만들어진 7,040㎡ 규모의 인공호수 천주호가 어우러진 ‘포천아트밸리’를 조성, 2009년 10월 개장했다. 기존의 관념을 깬 창의 아이디어로 전체 사업비 208억원 중 136억원을 국ㆍ도비로 충당해 사업을 완성한 것이다.

공사 단계였던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예술창작벨트화 사업’에도 선정됐다. 당시 받은 70억원의 예산으로 2단계인 천문과학관과 교육전시센터 등의 체험공간까지 갖추며 17만8,357㎡의 완벽한 복합문화예술체험공간의 구성을 갖추게 됐다. 흙먼지 날리던 버려진 채석장이 한 해 입장수입만 10억원이 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이야기다. 한 공무원의 창의적인 제안과 이를 응원한 시정 책임자의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소장은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와 주민이 함께 발벗고 나선 결과 경기북부의 대표 관광지가 될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포천아트밸리 내 야외조각공원과 그 옆으로 아트밸리 이동수단인 친환경 모노레일이 보인다. 포천시 제공/그림 4포천아트밸리 야외공연장에서는 매 주말이면 섹스폰,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포천시 제공
포천아트밸리 내 야외조각공원과 그 옆으로 아트밸리 이동수단인 친환경 모노레일이 보인다. 포천시 제공/그림 4포천아트밸리 야외공연장에서는 매 주말이면 섹스폰,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포천시 제공

포천아트밸리는 어느덧 개장 10년(2019년) 차를 앞두고 있다. 27일 입구에서 친환경 모노레일을 타고 닿은 포천아트밸리는 눈 쌓인 멋진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암석을 채취하며 생겨난 비취색의 천주호수와 주상절리 절벽은 이국적이면서도 웅장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정균(44ㆍ용인시)씨는 “계절마다 그 나름의 멋과 재미가 있어 겨울에도 자주 온다”며 “어떻게 폐석산을 문화공간으로 꾸밀 생각을 했을까 정말 기발하다”고 평가했다.

포천아트밸리는 현재 공공조형물과 조각작품들이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룬 야외조각공원과 주말마다 색소폰, 재즈공연 등이 열리는 야외공연장, 이벤트 광장 등이 마련돼 있다. 전망테크, 예술창작 공간과 체험이 가능한 교육전시센터, 약 200m의 목재형 산책로인 전망대(하늘정원)도 아트밸리의 자랑거리다. 48억원을 들인 천문과학관은 전시실과 과학체험교실, 천체투영실(4D 영상관), 천체관측실 등을 갖춰 우주과학 체험공간으로 인기다.

무엇보다 지역경제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9년 개장한 이래 올해 12월 25일까지 누적 방문객이 232만명에 달해 개장 10년째인 2019년이면 300만명 돌파가 점쳐진다. 올해는 12월 25일까지 42만1,486명이 방문해 개장 이래 처음으로 방문객 40만명을 넘었다. 특히 2014년부터 최근 3년간 평균 방문객이 35만명을 넘은 것도 의미 있다. 입장수입도 2014년 8억233만원에서 2015년과 2016년에는 10억1,569만원과 11억2,714만원으로 늘고 있다. 올해도 12월 25일까지 13억5,155만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누적 입장 수입도 50억원을 돌파, 5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 입장객 수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당해연도 1인당 여행경비 평균치를 대입한 결과 아트밸리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259억원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거뒀다. 개장 이후 누적 효과가 1,401억5,21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지역경제적 효과는 한 해 평균 218억6,475만원에 달한다.

2010년 8차 개정 중학교 과학교과서에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소개된 포천아트밸리. 포천시 제공
2010년 8차 개정 중학교 과학교과서에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소개된 포천아트밸리. 포천시 제공

포천아트밸리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2010년 8차 개정 중학교 과학교과서에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실려 화제를 모은 것이다.

기피시설 폐석산을 관광명소로 바꾸는 1석 2조의 재발견으로 폐채석장, 폐광산 등의 활용방안을 두고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장소로도 이름을 날렸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포천아트밸리는 기피시설이라는 오명을 벗고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관광지로 거듭난 사례”라며 “앞으로도 포천아트밸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표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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