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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9월 새단장…명소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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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9월 새단장…명소화 우려도

입력
2015.08.3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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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전보다 자살 시도 16배 늘고 다른 한강 다리보다 월등히 많아

市, 투신방지 시설 설치 나섰지만 "자살 명소화로 역효과 불러" 신중론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가 새롭게 바뀐다. 생명의 다리 설치 효과가 없어 설치 3년 만에 기존 시설물을 보완하고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해 새로운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명소화하는 효과만 부추길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12년부터 운영 이 후 끊임없이 역효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생명의 다리 운영방식을 바꾸고, 이달 중으로 시민 아이디어 중 우수작을 선정, 연말까지 마포대교에 새로운 투신방지 시설을 설치한다.

생명의 다리는 서울시와 삼성생명의 협력사업으로 2012년 9월에 설치됐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이 붙은 마포대교의 자살투신자수를 줄이기 위해 다리 1.9㎞ 양측 보도 난간에 “많이 힘들구나”, “말 안 해도 알아” 등 위로를 건네는 문구를 설치했다. 난간에 동작 인식 센서를 장착, 사람이 다가오면 문구에 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이 디자인은 칸 국제광고제와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등 세계 광고제에서 총 39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의 다리가 유명세를 얻을수록 오히려 자살시도자 수는 증가했다. 실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2011년 한해 11명에서 2012년 15명, 2013년 93명, 지난해엔 184명으로 다리설치 전과 비교해 16배가 늘었다. 2011년 이후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모두 367명으로 한강대교(97명), 서강대교(44명), 원효대교(49명) 등 다른 한강 다리에 비교해 월등히 많았다.

이 때문에 시가 공모전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설물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다수다. 생명의 다리 설치가 자살 시도자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고 삶에 대한 의욕을 되살리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자살 명소’로 낙인 찍히는 요인이 된 만큼 새로운 시설물 설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설물 설치하는 것은 명소화 효과 등 부작용이 크다”면서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무작정 적용하는 것 보다 안전망을 설치하거나 난간을 높이를 조절하는 등 물리적인 안전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교량에서의 투신자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안전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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