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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크리스마스트리 원조는 한라산 구상나무

입력
2016.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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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이면 곳곳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 성탄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된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옛날 독일에서 신년에 생명력의 상징인 상록수 가지를 창이나 천정에 장식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트리에 장식된 사탕 등 음식물은 풍요를 기원하고 더불어 악마를 예방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형태는 전나무 등의 침엽수에 하얀 솜과 빛을 발하는 리본, 촛불 등으로 장식한 모양이다.

구상나무 덕분에 더욱 환상적인 한라산 설경 ⓒ강정효
구상나무 덕분에 더욱 환상적인 한라산 설경 ⓒ강정효
구상나무 설경과 함께하는 한라산 눈꽃 트래킹 ⓒ강정효
구상나무 설경과 함께하는 한라산 눈꽃 트래킹 ⓒ강정효
구상나무가 빚은 한라산 설경 ⓒ강정효
구상나무가 빚은 한라산 설경 ⓒ강정효
구상나무 설경과 함께하는 한라산 눈꽃 트래킹 ⓒ강정효
구상나무 설경과 함께하는 한라산 눈꽃 트래킹 ⓒ강정효
구상나무가 빚어낸 한라산 설경 ⓒ강정효
구상나무가 빚어낸 한라산 설경 ⓒ강정효

전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이용하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종교 개혁자인 루터가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숲 속을 산책하다가 영롱한 달빛이 소복하게 눈이 쌓인 전나무 위에 비추면서 주변을 환하게 밝힌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나무가 한국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라면 의아할 것이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라산을 비롯해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 등의 높은 산에서 자라고 있다. 상록교목으로 최대 20m까지 자라는데 하늘을 향해 전진하는 안정된 자태가 아름다워 1988년 서울올림픽 심벌 나무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왜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을 받는지는 겨울철 한라산에서 눈꽃으로 뒤덮인 구상나무의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피라미드형의 나무에 하얀 솜을 뒤집어쓴 모습이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인 것이다. 특히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밋밋하게 자라는 육지부와는 달리 줄기에 굵은 가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으면서 높게 자라지 않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제격이다. 실제 서양에서 자라는 구상나무의 원산지는 한라산이다.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이보다 앞서 1907년 타케(Emile Taquet)와 포리(U. Fauriei)에 의해 한라산에서 채집되는데, 이 중 포리의 채집본이 당시 미국 하버드대학 아널드식물원의 식물분류학자인 윌슨에게 제공한 것이 서양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이다.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 앞서 타케와 포리의 채집본과 비교하면서 신종임을 확인하고, 1920년 아널드식물원 연구보고서 1호에 이 구상나무를 신종이라 발표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인들이 ‘쿠살낭’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는데, ‘쿠살’은 성게를 가리키는 제주도 말이다. 구상나무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이보다 앞서 1913년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는 구상나무를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분비나무와 같은 종으로 보고했는데, 훗날 윌슨이 분비나무와는 다른 신종임을 발표할 때 이에 동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반도의 식물 대부분을 조사해 분류하며 수많은 신종에 이름을 올렸던 나카이로서는 구상나무를 분비나무와 구별하지 못했음을 두고두고 억울해 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의 표본은 지금도 아널드식물원에 2점이 소장돼 있고, 그때의 종자에서 발아한 한 그루가 지금도 식물원 정원에 심어져 있다. 이후 개량을 거치며 정원수와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고 있다. 고급정원에는 구상나무 두어 그루 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어쨌거나 구상나무를 명명한 윌슨과 최초 채집자 타케와 포리, 그리고 일본인 나카이는 한국의 나무를 세계에 알린 선구자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한국의 소중한 식물 자원을 약탈해갔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종자전쟁 시대에 우리의 자원을 어떻게 지키고 품종을 개량시켜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 의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 구상나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음까지 나온다. 보존대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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