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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장애인 야학, 배움터 찾지 못해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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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장애인 야학, 배움터 찾지 못해 ‘발 동동’

입력
2017.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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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이전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옥 임대 불가

야학 측 장애인 차별한다 인권위 진정

국민연금 측 시설 설치ㆍ용도변경 현실적 어렵다

대전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학생들이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본부가 장애인을 차별해 사옥 임대를 거부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두사랑야학은 회견 직후 국가인권위에 국민연금에 대한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 조속히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모두사랑야학 제공
대전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학생들이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본부가 장애인을 차별해 사옥 임대를 거부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두사랑야학은 회견 직후 국가인권위에 국민연금에 대한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 조속히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모두사랑야학 제공

대전지역 유일한 성인 장애인 야간학교인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모두사랑야학)’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사옥 임대 거부로 교육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모두사랑야학은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장애인 배려는커녕 되레 차별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까지 냈지만 국민연금 측은 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임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9일 모두사랑야학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연금 대전본부 측에 사옥 2층 공간을 교육장으로 사용하겠다며 임대요청을 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2001년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개교한 모두사랑야학은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임대해 사용 중인 구 서구청 건물이 주차장 부지로 확정돼 오는 6월까지 교육장을 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다행히 대전시와 시 교육청이 건물 보증금을 지원키로 해 마땅한 입지를 물색하다가 지난해 말 국민연금 대전본부 사옥 2층이 임차인을 구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협의에 나섰다.

모두사랑야학의 임대 문의에 국민연금 측은 첫 회신 때까지만 해도 할인율 등을 담은 임대조건을 안내하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돌연 두 번째 회신에서 장애인 화장실과 승강기가 없고, 업무시설에서 교육시설로 용도를 변경해야 해 장애인야학 이용은 부적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세 번째 회신을 통해 장애인 야학은 관련법에 따라 ‘노유자 시설’에 해당돼 임대에 부적합하다고 임차 불가 입장을 거듭 통보했다. 노유자 시설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른 아동ㆍ노인복지ㆍ장애인시설ㆍ그 밖에 다른 용도로 분류되지 않은 사회복지시설과 근로복지시설을 말한다. 이 가운데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재활시설, 요양시설, 이용시설, 점자도서관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모두사랑야학 측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등을 확인해보니 성인 장애인야학은 노유자 시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차별해 국민연금 측이 임대를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모두사랑야학 측은 이에 따라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함께 국민연금 대전본부가 부적절한 규정을 이유로 임대를 거부하고 있다며 조속히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의 임대 거부는 부당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연금 대전본부 앞에서 사옥 임대 거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모두사랑야학 오용균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학력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엄연한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정당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입주하려고 하는데도 국민연금 측이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교육의 권리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장은 “임대를 계속 요구하니 갑자기 임대하려던 공간을 국민연금 자체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까지 했다. 임대를 안 해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이것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복지를 위해 일한다는 설립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모두사랑야학의 입주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법적 걸림돌이 있는 데다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 대전본부 관계자는 “첫 회신 때 단순히 안내만 한 것이지 임대해주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안전처와 법률전문가의 자문 결과 해당 학교는 노유자 시설에 해당돼 건물의 용도를 변경하고, 해당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 시행 이전에 건물을 준공해 장애인 시설 등의 설치 의무가 없고, 많은 예산을 단번에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입주자를 모두 내보내고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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