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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끼리도 SNS로만… 더 은밀해진 마약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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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끼리도 SNS로만… 더 은밀해진 마약 거래

입력
2017.12.12 16: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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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버 둔 텔레그램 등 이용

비트코인이나 현금 입금되면

공중화장실ㆍ대합실 등에 배달

600g 들여와 1000여명에 판

밀매 조직 21명 무더기 입건

지난 3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빌라. 이태순(43) 수원지검 강력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사각형 모양의 우편함 속 위를 손으로 더듬어 비닐 랩에 돌돌 말린 네모난 사탕 모양의 메모지 뭉치를 떼어냈다. 그 안에는 필로폰 0.5g이 들어있었다.

검찰은 유튜브와 구글 등에서 ‘○이○’, ‘△대△’ 등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 A조직이 올린 동영상 광고를 보고 접근해 ‘물건’을 샀다. 통로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급책을 뿌리뽑기 위한 ‘위장거래’ 였지만, 단 한차례 의심도 받지 않고 손쉽게 구입했다. “유튜브 등의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며 알려준 계좌로 현금을 입금했더니 숨겨놓은 곳을 일러주며 찾아가라 한 것이다.

검찰이 2,3주 새 3차례에 걸쳐 A조직에게 접근, 총 120만원을 주고 구입한 필로폰은 0.5~1g씩 모두 2g. 한 번에(회당 0.03g) 무려 6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SNS로 마약을 유통한 밀매조직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 이진호)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A조직 송모(39)씨 등 14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4개 조직 21명을 단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송씨 등은 지난 2∼4월 필리핀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필로폰 600여g을 국내로 밀반입한 뒤 유통해 7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이주형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필로폰 밀수ㆍ판매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형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필로폰 밀수ㆍ판매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인형, 자전거 등에 필로폰을 숨겨 국제특송화물로 들여온 뒤 매수자들과 SNS를 통해 거래했다. 거주지와 필요한 양 등을 확인하고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나 현금이 입금되면 공중화장실 변기 뒤와 연립주택 계단 난간 아래, 대합실 의자 밑, 소화기 밑, 빌라 우편함 속, 에어컨 실외기 뒤 등 은닉장소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조직원들끼리도 SNS로만 연락하고 서로의 신원이나 역할분담을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조직운영도 은밀했다. 조직원 중에는 호기심에 필로폰에 중독됐다 자신의 계좌를 제공한 여성(22), 동네 선배의 꾐에 빠져 배달책을 하다 육군에 입대한 상근예비역(24) 등도 있었다고 한다. 필로폰 포장재와 금융계좌 등을 분석, 주범까지 검거한 검찰은 1,000여명에 달하는 매수자들로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4,21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1만1,916명보다 19.3%나 증가한 수치인데, 이중 50% 이상이 SNS를 통해 거래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분석됐다. SNS를 이용하면 서로 노출되지 않는데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직접 거래돼 단시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호 수원지검 강력부장은 “SNS를 잘 다루는 젊은이들이 실시간 광고를 보고 필로폰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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