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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인도가 중국을 다루는 방법

입력
2014.11.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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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못 간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을 거절하며 밝힌 이유다. 시 주석이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나 모디 총리를 직접 만나 APEC에 참석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도 모디 총리는 퇴짜를 논 것이다. 모디 총리는 대신 11~20일 미얀마 호주 피지 등을 순방한다. 그러나 과연 이 일정이 시 주석을 비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21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보다 더 중요한 것인 지에 대해선 의문도 생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인도가 장기적인 전략 아래 중국의 더 많은 양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것이란 시각이 적잖다. 실제로 미국의 봉쇄를 뚫고 장차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아시아의 또 다른 대국인 인도의 협조가 절실한 상태다. 이러한 중국의 속내를 간파한 모디 총리가 오히려 중국의 조바심을 자신의 몸값을 한껏 높이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이러한 전략은 이미 국익을 키우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9월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갖고 향후 5년 간 3조5,000억엔(약 33조2,000억원)의 투융자 선물 보따리를 받아냈다. 달포 뒤엔 인도를 방문한 시 주석과 만나 5년간 200억달러(약 21조8,000억원)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인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중일 사이에서 양국간 경쟁을 유발해 최대의 지원을 끌어낸 것이다. 인도는 중국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지 자신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안다.

인도가 이처럼 느긋하고 고고한 자세로 중국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너무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 한중 FTA 협상은 전체 22개 장(章) 중 16개 장에 대해서만 타결이 됐고 나머지 6개 장은 여전히 이견이 큰 상태다. 협상팀 관계자는 “한 두 번 만나 해소하기에는 너무 많은 쟁점들이 남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양국 장관들을 수석 대표로 한 한중 FTA 제14차 협상이 열리며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란 이야기가 새 나오고 있다. 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최종 타결 선언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면 졸속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리 짜 논 일정대로 너무 밀어 붙인다는 우려도 지우기 힘들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FTA를 가능한 한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더구나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될 중국과의 FTA 체결을 마냥 미루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중 FTA는 언제 체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FTA 협상은 철저하게 국익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때에 협상 시한 등을 못 박아 스스로를 제약하는 것은 금물이다. 경제적 잣대로 따져야 할 협상을 정치적 이유로 풀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무엇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이익이 희생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 이 경우 한중 FTA는 박수가 아니라 역풍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중은 서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절실한 건 중국이다. 양국 정상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정상들이 합의한 것은 연말까지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지 11월10일 타결 선언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12월31일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우리가 너무 튕기면 중국이 토라지지 않을까? 오히려 인도의 중국 다루는 법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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