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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일본에 ‘한 방’ 먹인 스노보드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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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일본에 ‘한 방’ 먹인 스노보드 이상호

입력
2017.02.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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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를 쓴 이상호. 대한스키협회 제공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를 쓴 이상호. 대한스키협회 제공

스노보드의 이상호(22ㆍ한국체대)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맥을 캤다.

이상호는 19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1ㆍ2차 시기 합계 1분35초76을 기록,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대회전은 혼자 스노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28개의 기문을 통과하는 종목이다. 1ㆍ2차 시기 합산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이상호는 1차 시기에서 51초94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고, 2차 시기에서는 43초82로 가미노 신노스케(일본)의 43초75에 근소하게 뒤졌으나 1차 시기에서 앞섰던 격차를 유지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상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였다. 함께 출전한 최보군(26ㆍ상무)은 1ㆍ2차 시기 합계 1분36초44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은 가미노가 1분37초14로 차지했다. 지명곤(35ㆍ광주스키협회), 김상겸(28ㆍ전남스키협회)도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ㆍ은을 휩쓴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과 다른 대회 방식을 택한 개최국 일본의 홈 텃새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디엄(시상대)을 장악해 의미를 더했다. 보통 월드컵은 평행대회전으로 치른다. 이 방식은 예선 1, 2차 시기 합산 기록을 통해 성적이 좋은 상위 16명을 추려내고, 이후 두 선수가 나란히 슬로프를 타고 먼저 내려오는 선수가 승리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순위를 정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이 1, 2차 시기 합산 후, 16명을 추려, 2명이 슬로프를 타게 해 토너먼트로 순위를 가리는 ‘평행’대신 혼자서 슬로프를 질주하게 하는 일반 대회전 방식을 선택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개최국이 대회 방식을 정할 수 있는데 일본이 자신들에게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41) 코치는 “언제 대회전 경기를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옛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일반 대회전ㆍ회전 방식으로 경기가 열린 것은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가 마지막이다. 2007년 중국 창춘 대회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이 종목이 열리지 않았다.

이상호와 이상헌 코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상호와 이상헌 코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은 ‘의도’대로 여자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야네타니 에리(33)가 1, 2차 합계 1분43초47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한국의 정해림(22ㆍ한국체대)과 신다혜(29ㆍ경기도스키협회)는 1분48초13과 1분48초66에 그쳐 4, 5위로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에서 보드를 타던 ‘배추밭 꼬마’ 이상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접했다. 아버지가 배추밭에 만든 눈썰매장을 놀이터 삼아 보드를 탔고, 사북초등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스노보드 알파인에 입문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세계 무대와는 격차가 있었다.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세계 무대를 노크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에는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선수들과 함께 눈밭을 질주하고 실력도 겨루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13~14시즌 월드컵 최고 성적은 52위에 그쳤지만 2014~15시즌 24위, 2015~16시즌 12위로 끌어올렸고 이번 시즌에는 4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전초전인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호는 경기 후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며 “스노보드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1위로 통과한 후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에 대해서는 “군 면제”라고 웃은 뒤 “선수 생활을 길게 볼 때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번 금메달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회의 지원이 크게 늘면서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 코치님과의 호흡도 점점 좋아져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평창까지 더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 실수 없이 완주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회전에도 출전해 2관왕을 노리는 이상호는 “회전 종목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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