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호 기자

등록 : 2018.04.16 16:59
수정 : 2018.04.16 17:06

과거에 갇힌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미래가 없다”

등록 : 2018.04.16 16:59
수정 : 2018.04.16 17:06

전두환 정권 부역 논란 등 놓고

연일 너도 나도 ‘이용섭 때리기’뿐

강기정 “이용섭 후보가 전두환 비서

아니었다면 후보 사퇴하겠다” 공격

“네거티브 접고 정책 대결” 지적 나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본경선을 이틀 앞둔 16일 예비후보 3자 TV토론회가 광주MBC 공개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기정, 이용섭, 양향자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용섭 후보가 전두환의 비서가 아니었다면 제가 후보에서 사퇴합니다.”

16일 오전 광주MBC 공개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한 강기정 후보는 이용섭 후보가 “1985년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실에 근무했던 행정관으로서 전두환의 비서가 아니었다”, “5ㆍ18정신과 관련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전두환 부역’ 논란에 대해 해명하자 이렇게 말했다.목소리는 다소 격앙돼 있었다. 그는 이 후보가 “(전두환 비서가 아니니) 사퇴하라”고 몰아세우자, “그러죠, 사퇴합니다. 저는…”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6ㆍ13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이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33년 전 전두환 정권 시절 이 후보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놓고 ‘이용섭 때리기’로 변질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제시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시민들은 “광주시장 선거가 언제부터 기승전 이용섭 비판이 됐냐”며 피곤해 하고 있다.

여전히 ‘민주당 경선 승리=본선 당선’이라는 공식이 유효한 광주시장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해묵은 ‘전두환 부역’ 논란에 시작됐다. 민형배ㆍ최영호 예비후보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강 후보는 1985년 전두환 정권 때 사정비서실에 근무했던 이 후보를 ‘전두환의 비서’라고 꼬집으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는 “당시 비서실에 근무했던 행정관으로서 전두환의 비서가 아니다”고 해명하고, 5월 단체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강 후보의 ‘전두환 부역 부추기’는 그치지 않았다. 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선 “5공 시절 전두환의 왼팔ㆍ오른팔로, 교통부장관을 했던 이 후보의 친동서 ‘빽’으로 끌어주지 않고서는 청와대에 어떻게 들어가냐”고까지 몰아붙였다. 이에 이 후보가 “명예훼손”이라고 발끈하자, 강 후보는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 같은 ‘이용섭 때리기’는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만 안겨 주고 있다. 각 후보들마다 저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후보에 대한 날 선 비판만 할 뿐 광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 비전과 가치를 내놓지 못해 되레 반감만 사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을 보면 각 후보들이 이용섭 때리기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게 이번 선거 목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특히 강 후보의 경우 섣부른 전두환 부역자 검증으로 자신의 조건부 후보 사퇴 발언까지 해 자칫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시민공동정부’ 구성을 주장했던 강 후보의 이날 조건부 사퇴 발언을 놓고 지역 정가에선 “자신감의 발로다”, “실언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후보 흠집내기식 경선에 대한 이 후보의 책임도 적잖다. 전두환 부역자 프레임 엮기에 대한 미지근한 답변이 또 다른 공세의 빌미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전두환의 비서였다면 후보 사퇴할 거냐”는 강 후보의 질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오죽했으면 강 후보가 ‘이 후보가 전두환 비서가 아니었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했겠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참여자치21의 관계자는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들이 미래를 이야기 하자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과거에서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광주의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후보들간 네거티브 공방은 접고 생산적인 정책 대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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