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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ㆍ이슬람 공존 파괴… 종교 전쟁 노리는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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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ㆍ이슬람 공존 파괴… 종교 전쟁 노리는 IS

입력
2016.07.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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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당 공격 이유는?

지난해 이미 공격 대상 공개

“심장부에서 공포 일으켜라” 지침

종교시설 직접 겨냥한 첫 테러

유럽서 對이슬람 반감 고조시켜

소외 무슬림 IS 가입 유도 전략

대립 공고화로 중동 결집 의도도

26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의 성당 테러가 벌어진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뒤 루브래시 시청 주변에 시민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의 성당 테러가 벌어진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뒤 루브래시 시청 주변에 시민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6일 프랑스 성당을 공격한 배경에는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전쟁’ 구도를 형성해 IS 세력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독교인이 다수인 유럽에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는 사건을 저질러 소외되는 이슬람교도들의 IS가입을 이끌어내는 한편, 중동에서는 서방 연합군과 벌이는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포장해 세력을 재결집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중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IS 조직원으로 확인된 아델 케르미슈 등 2명이 전날 프랑스 북부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벌인 인질극 테러에서 주임신부인 자크 하멜(86)을 종교적으로 능욕한 후 참수했다. 인질로 잡혔던 한 수녀는 “테러범들이 하멜 신부를 강제로 무릎 꿇린 뒤 제단에 올라가 아랍어로 설교했고 이후 흉기로 그의 목을 길게 그어 살해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테러범들은 신부를 ‘이단자’로 칭하며 죄수처럼 다뤘고, 성당에서 아랍어로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도 전해졌다. 수녀는 “한 테러범이 이 모든 과정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녹화했다”고 전했다. 이슬람교에서 참수는 이단자나 배교자에게 행하는 굴욕적인 행위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붙잡은 인질들을 참수해 온라인상에 유포해왔다.

IS가 중동에서 기독교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한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유럽에서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직접 테러를 벌인 일은 전례가 없다. IS가 이번에 프랑스 성당을 공격해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대립을 부각시킨 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주도의 연합군 공격으로 중동에서 세력이 약화되자 서방과의 대결을 성전이라는 구도로 재편하기 위해 서방의 종교시설을 공격했다는 분석이다. IS는 각종 선전물에서 연합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일컬어왔다. 이번 프랑스 성당 공격을 통해 연합군을 1,000년 전 이슬람을 공격했던 십자군으로, IS를 핍박받는 이슬람의 수호자로 각각 이미지화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IS세력의 결집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반면 기독교인이 다수인 유럽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켜 무슬림을 소외시키고 이를 통해 이들을 IS 추종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프랑스 전국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동안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 사례가 2014년에 비해 4배 이상 폭증했는데 이번 성당 테러가 이러한 추세에 더욱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성당 테러 발생 직후 규탄 성명을 내놓고 “프랑스 내 모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IS가 프랑스의 전통적 종교시설을 공격한 것은 프랑스 극우파의 반발을 부추기려는 의도이다”라며 “유럽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공존하는 ‘회색지대(grey zone)’를 제거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IS는 지난해 중순 프랑스어 홍보 잡지를 통해 “그들의 심장부에서 공포를 일으켜라”라고 선동하면서 테러 대상으로 삼을 프랑스 교회 목록을 공개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IS에 교계 화합으로 맞서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오전 엘리제궁에서 앙드레 뱅 트루아 가톨릭 주교, 달릴 부바쾨르 프랑스무슬림신앙위원회 회장을 비롯한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교계 간 단합 및 화합을 요청했다. 부바쾨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종교의 모든 가르침에 어긋나는 신성모독”인 참사에 대해 프랑스 무슬림의 이름으로 깊은 슬픔을 표현하는 동시에 종교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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