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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스타를 입는다’ 아이돌 굿즈숍 1,000억원대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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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스타를 입는다’ 아이돌 굿즈숍 1,000억원대 급성장

입력
2015.04.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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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아이돌 엑소는 1000억원대 MD상품의 매출을 이끄는 효자그룹이다
대세 아이돌 엑소는 1000억원대 MD상품의 매출을 이끄는 효자그룹이다

음악 시장이 더이상 음악에만 매달리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총매출 2,870억원을 올린 SM엔터테인먼트의 음반·음원 매출은 455억원으로 전체 대비 1/6도 채 안 된다. 공연, 광고 출연, 매니지먼트 사업 등이 오히려 주요 수익원이다.

그 중에서도 스타 상품, 이른바 굿즈(GOODS)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외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매출과 직결되고 있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콘서트나 앨범 발매에 맞춰 이벤트 형식으로 군소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의 얼굴이 그려진 컵이나 수건 정도였다. 초상권의 인식이 미비해 불법 도용 사례도 빈번했다.

하지만 지금은 SM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어엿한 산업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초상권 보호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다양한 상품 개발에 수년간 매달린 결과다. 이제 EXO와 소녀시대, 동방신기,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의 스타 상품들은 고급화된 그룹 이미지에 걸맞게 작은 컵 하나라도 점점 질 좋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 24시간, 스타를 입다

2013년 1월 롯데영플라자 명동점, 동대문디지털플라자 등에서 운영한 팝업 스토어는 시작점이었다. SM 소속 아티스트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 하나에 8,000원, 전신 이미지는 5만원 상당으로 값싼 편은 아니었지만 날개 돋힌듯 팔렸다. 하루 매출만 줄잡아 3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 달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이 곳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2년째 운영 중이다. 이제는 명동의 새로운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탄력을 받은 SM은 지난 1월 200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에 에스엠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열었다. 6층 규모 건물은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했다. MD숍 ‘섬(SUM)’을 비롯해 녹음 스튜디오, 홀로그램 시어터 등을 마련하고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타 상품의 종류는 더욱 다양하게 진화됐다. 1,000원대 캐릭터 스티커부터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까지 천차만별이다. 소녀시대가 착용한 해외 명품 선글래스나 가방 등 ‘공항패션’으로 유명해진 패션 아이템들은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 중 하나다. 여기에 잡화, 침구류, 가정용품, 게임, 문구용품뿐 아니라 사탕 같은 먹거리, 이쑤시게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타와 결합시켰다.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직접 디자인한 팔찌, 엑소의 백현이 제작 단계에 참여한 애견 옷 등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MD숍을 넘어 셀러브리티가 제안하는 생활 상품, 실력있는 디자이너·중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며 “아티스트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및 브랜드가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도 가능하다. 한류의 영역이 보다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500억? 1000억 돌파도 가능

SM에 따르면 코엑스 아티움을 찾는 인파는 하루 1,500~2,500명이다. 매장 오픈 무렵엔 줄지어 있는 100여명의 입장 대기자들을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개점 3개월이 지났어도 반응은 뜨겁다.

가장 많이 팔렸던 품목은 3만 8,000만원 상당의 달력. 복수구매 형태가 많은 점을 감안해 하루 평균 2000명이 7만원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연 매출 511억원 수준이 가능하다. 씀씀이가 큰 해외 팬이 방문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더 큰 성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SM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이 곳에 힘을 준다. 자회사인 SM C&C의 여행사업부와 패키지 상품을 연계해 더욱 강한 시너지를 노린다. 첫 해부터 연매출 1,000억원 돌파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SM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타와 팬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춰 상품이 만들어진다. 아티스트가 즐겨쓰는 제품이나 추천하는 상품도 있다"며 "나아가 각종 매체와 휴양지 등 놀이시설로도 확장되어 생활 전반과 관련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잇단 후발주자, 판 커지는 시장

엔화 약세로 일본 시장의 수익이 토막 난 시점에서 굿즈 시장은 다른 기획사에게도 탐나는 열매다. YG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도 SM의 뒤를 따라 MD샵을 팝업 매장 형식으로 명동 롯데백화점에 열었다. 이들은 현재 온라인 숍에서 굿즈를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비스트, 포미닛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청담동 사옥 1층에 카페와 결합된 굿즈숍을 운영 중이다.

후발주자 중에선 YG의 공격적인 투자가 인상적이다. YG는 1,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의정부에 5만(제곱미터 기호) 규모로 ‘K팝 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대규모 공연장, 음악 스튜디오, 호텔 등과 결합해 한국판 할리우드를 꿈꾸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타의 패션 및 화장품 등을 상품화한 뷰티 매장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굿즈 산업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력적인 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막대한 자본과 창의적인 아이템이 꾸준히 동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10년 넘게 굿즈 관련 유통 업체에 몸 담아온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질 낮은 물건에 단순히 스타 얼굴만 집어 넣고 고가로 파는 곳이 적지 않았다. 눈 앞의 실적은 거머쥘지 몰라도 한류 콘텐츠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 멀리 내다보고 꼼꼼하게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굿즈 시장은 기획사들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있어서 좋은 아이템이다. 미국의 디즈니사도 영화보다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로 더 짭잘한 수익을 올리지 않나"라며 "소장 문화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 시장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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