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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명랑

입력
2016.08.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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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어요. 한밤에도 한낮 같은 열기가 훅 끼치니, 너 밤 맞니? 적잖게 당황스러운 요즘이에요.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는 덥다가 되었어요.

날이 더워 그러는 것인데요. 덥다 그러면, 마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더 더워져요. 덥다는 말에는 따뜻하다를 넘어선 열기, 답답하다가 포함되지요. 따뜻함이 지나치면 답답함으로 변하지요.

명랑은 오묘한 단어예요. 명랑은 밝음이 가득한 상태지요. 따뜻함이 답답함으로 변하지 않고 청량함을 유지하는 상태지요.

명랑은 나는 내가 좋습니다에서 비롯되지요. 이런 명랑을 가지고 있으면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물을 수 있어요. 명랑하면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다가 아니라,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까 라고 묻게 되지요. 약간은 장난스러운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물음표. 자기 꼬리를 물어보고 싶은 호기심과 재미있음. 명랑이에요.

어둔 하늘 아래 방앗잎처럼 천천히 시들지요. 명랑은 아니 명랑도 가볍게 오가고 싶지 않아요. 어둠에 잠길 때쯤, 정말입니다 나는 내가 좋습니다, 명랑은 슈퍼맨처럼 솟아올라요. 감당할 수 있는 풍경을 넘어설 때에도 명랑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명랑이에요. 정말입니다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아니고, 정말입니다 나는 내가 좋습니다. 그런 명랑 하나, 또 그런 명랑 하나, 나란할 때, 밝고 밝히는, 진정한 명랑 한 쌍이 되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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