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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덜 태어나면 덜 버려진다… 美 시애틀 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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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덜 태어나면 덜 버려진다… 美 시애틀 동물보호소

입력
2018.01.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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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 동물보호소 전경. 저비용 중성화 수술 동물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 동물보호소 전경. 저비용 중성화 수술 동물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에 위치한 시애틀 동물보호소(Seattle Animal Shelter)를 방문했다. 시애틀 북서쪽에 위치한 시애틀 동물보호소는 1972년 동물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로 출발해 1982년 보호소 시설을 갖췄다. 현재 수의사 2명을 포함해 3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시 보호소와 마찬가지로 시애틀 동물보호소는 동물 구조와 입양 주선 외에 주 법과 시 조례의 동물관련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사법권을 함께 갖고 있다. 14명의 동물 관리관(Animal control officer)이 동물학대나 방치를 조사하고, 동물등록이나 목줄을 하지 않거나 공공장소에서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업무를 한다.

시애틀 동물보호소가 다른 시 보호소와 비교해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 못지않은 높은 입양율과 낮은 안락사율이다. 2016년 기준 입소한 2,337마리 중 심한 질병이나 공격성 때문에 입양이 불가능하거나, 노환 등으로 주인이 직접 보호소에 데려와 안락사를 요청한 동물 294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족과 재회했거나 다른 가정을 찾았다.

실제로 보호소에는 동물이 몇 마리 보이지 않았다. 개 켄넬은 32개가 있었지만 실제로 보호 중인 개는 네다섯 마리 정도였다. 고양이 보호시설은 개별 사육장과 놀이터가 갖춰져 있었지만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17년째 보호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나 그레이브스(Ana Graves) 소장은 가장 큰 비결로 중성화 수술 제공과 임시가정(Foster home) 보호제도를 들었다.

‘덜 태어나면 덜 버려진다’

시애틀 보호소에서는 개, 고양이를 대상으로 저비용 중성화 수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개는 150달러(약 15만9,000원), 고양이는 100달러(약 10만6,000원)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일반 진료비 3분의 1정도의 비용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대신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게는 지역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해 지역 수의사 사회와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줄였다.

그레이브스 소장은 중성화 수술의 보편화가 미국 전역에서 유기동물 발생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동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도 급증했다. 1973년에는 사육되는 반려동물 수의 20%가 보호소에 버려질 정도였고, 1974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민원 중 동물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다. 당시 휴메인 소사이어티 등 시민단체는 정책, 교육, 중성화 수술의 필요성을 알리는 LES(Legislation, Education, Sterilization) 운동을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1970년 처음으로 중성화 수술 병원을 설립하고 중성화되지 않은 동물에게 등록세를 더 부과하는 동물등록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4만마리에 달하던 유기동물 숫자는 10년 후 8만5,000마리로 줄었다. 정책적으로 중성화 수술이 권장되면서 1970년대 연간 20억마리에 달하던 미국의 유기동물 숫자는 현재 연 300만마리 정도로 감소했다.

보호소에서 임시보호 중인 개. 임시가정 보호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호소에서 지내는 개들은 몇 마리 되지 않는다.
보호소에서 임시보호 중인 개. 임시가정 보호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호소에서 지내는 개들은 몇 마리 되지 않는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임시가정 보호제도’

시애틀 동물보호소에는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동물 관리, 산책, 모금 등 하는 일은 다양한데, 이 중 100여 명은 입소하는 동물이 입양될 때까지 가정에서 보호하는 ‘임시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레이브스 소장은 “임시보호 없이는 현재 수준의 입양율과 동물복지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물 입장에서는 보호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보호소 입장에서는 보다 위급한 동물이 생겼을 때 구조, 관리할 공간과 인력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입양하고 싶은 사람은 임시보호자의 가정이나 반려견 공원 등 보호소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동물을 만나볼 수 있어 동물의 성향을 파악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늙거나 병들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동물만 전문적으로 임시로 보호하는 ‘포스피스’(Paws-piece·동물 발바닥과 호스피스를 조합한 합성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때 동물 관리와 치료에 드는 비용은 시에서 부담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자원봉사 활동뿐이 아니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연간 운영비는 400만 달러(약 40억원) 정도다. 운영비의 80%는 시 예산으로 충당되지만 나머지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또 시애틀 400개 공원 중 14곳에 설치된 반려견 전용공간 운영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기부로 운영된다. 개, 고양이, 피그미염소, 애완돼지 등 등록대상 동물에 대해 매년 35달러(약 3만7,000원)씩 지불하는 등록세도 보호소 운영과 동물 관리에 쓰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시애틀 동물보호소 후원회(Seattle Animal Shelter Foundation)는 후원모금 외에도 동물보호교육을 실시하고 보호소의 행동교정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등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아나 그레이브스 소장. 2001년 자원봉사로 시작해 동물관리관을 거쳐 17년째 보호소에서 근무 중이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아나 그레이브스 소장. 2001년 자원봉사로 시작해 동물관리관을 거쳐 17년째 보호소에서 근무 중이다.

그러나 모든 미국의 시보호소가 이렇게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중남부에는 아직도 안락사율이 절반에 달하는 보호소도 많다. 그레이브스 소장은 “이런 성과를 이룬 이유는 30여 년 동안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물이 보호받는 사회는 정부나 동물보호소의 역량만으로 이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든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교육에 있어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말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동물은 매년 10만 마리, 이 중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정에 입양되는 동물은 절반에 불과하다. 얼마 전에는 강동구가 지역자치단체 처음으로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열었다. 올해에는 내가 속한 지역사회를 동물과 사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꾸는데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자료 www.shelteranimalscount.org

Elizabeth A. Clancy and Andrew N. Rowan, 2003. Companion Animal Demographics in the United States: A Historical Perspective

글ㆍ사진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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