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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고위험 대출 눈덩이…’2011년 악몽’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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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고위험 대출 눈덩이…’2011년 악몽’ 재연 우려

입력
2017.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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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담보로 빌려주는 PF대출

작년 9월말 기준 3조4000억 달해

신용대출 증가액도 역대 최대

절반은 年 25%의 고금리 대출

금리 뛰고 부동산 경기 식어가자

예보, 리스크 감시시스템 강화

대형 저축은행 A사는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개인을 상대로 한 신용대출 영업에 사활을 걸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PF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시중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을 찾는 대출고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A사의 지난해 상반기 PF대출과 신용대출 실적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여왔던 PF 대출과 신용대출 같은 고위험 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시중 금리가 뛰고 있는데다 부동산 경기마저 식고 있어 2011년 저축은행 30곳의 연쇄 도산을 부른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PF대출 잔액은 3조3,948억원으로, 2015년말(2조6,740억원)보다 7,208억원이나 증가했다. 9개월 간 증가폭이 2015년 한 해 증가폭(6,146억원)도 웃돌았다. 신용대출 증가액도 2015년말 9조9,690억원에서 2016년9월 말 12조4,179억원으로, 9개월 간 2조4,489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2015년 1~9월 증가액 9,339억원보다 162%나 급증한 것이다. 이 역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더구나 신용대출의 절반은 연체 확률이 높은 연 25%의 고금리 대출이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PF 대출 평균 연체율은 13.9%, 신용대출 연체율은 9.6%로 이미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PF대출 실적이 급증하긴 했지만 과거와 달리 사업장 선별 작업을 꼼꼼히 해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고위험 대출 쏠림 현상은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날 본보가 입수한 예보의 연구용역 자료(부실저축은행 행태분석)에 따르면 2011년 저축은행이 부실해진 가장 큰 원인은 PF 대출 등의 대출 포트폴리오 편중에 있었다. PF대출은 땅이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사업성을 기초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저축은행들이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고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PF대출 비중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 2008년 말 갑자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저축은행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에 실패한 건설사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예보가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데 투입한 돈은 27조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부동산 PF 대출 비중과 저축은행 부실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신용대출 비중 증가도 저축은행 부실의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일단 예보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저축은행 리스크 감시시스템을 강화했다. 예보는 시스템 가동을 통해 상반기 중 PF대출과 신용대출 쏠림이 심해 경기 변동 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취약 저축은행을 가려낼 예정이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 징후로 선정된 저축은행에 대해선 당국과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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