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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 중지론 안돼… 뒤로 돌려야” vs 北 “핵 보유국 지위 우선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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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 중지론 안돼… 뒤로 돌려야” vs 北 “핵 보유국 지위 우선 인정해야”

입력
2017.12.04 17:5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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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치해봐야 이득 없어

입장차 크지만 대화 입구 열릴 것”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의 단장인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 등 대표단을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의 단장인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 등 대표단을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핵으로 무장하려는 북한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이 협상 착수 조건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입장 차가 워낙 커 당장 접점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계속 대치해봐야 서로 이로울 게 없다는 데에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입구는 열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4일 미국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전날 “대화에 나오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뒤로 돌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핵 프로그램을 현 수준에서 중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최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북한 러시아 하원 의원들을 만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아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논평으로, 북한이 제시한 조건을 거부한 것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신경전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협상 구도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와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 초기인 2012년 2ㆍ29 합의 당시만 해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동결 대가는 미국의 영양식 24만톤 제공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요구 조건은 경제 지원 수준이 아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지금 북한의 관심은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제재 중단, 북미 수교, 평화협정 체결처럼 경제 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판단도 같다.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이날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비핵화와 경제 지원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불안을 덜어주는 조치들이 교환되는 새 협상 구도를 한미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측 간 불신의 골이 깊지만 북미 모두 대화 의지가 없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북한에게는 제재에 따른 경제난이, 미국에겐 북한의 ICBM 완성 가능성이 부담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협상 시작 의지를 김영남이 내비친 데 주목해야 한다”며 “대화에 나서되 비핵화만을 다루는 회담은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일단 제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대화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협상할 수 있다는 게 현재 미국 입장이지만 60일 조건을 제시한 만큼 조정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최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0일간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은 북미 대화 재개 필요 신호”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화 재개 신호는 북한이 먼저 보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원곤 교수는 “내년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포하고 이어 ‘핵ㆍ미사일 일시 중단’을 선언한 뒤 평화 공세로 전환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다 공식 대화가 시작될 거라는 예상이다. 양무진 교수는 “접점을 찾는 순간 제재 완화, 도발ㆍ훈련 중단 합의와 더불어 대화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철 교수는 “북미 모두 문턱을 낮춰야 협상이 가능해진다”며 “양측 입장 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는 한국과 중국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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