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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된 푸 파이터스의 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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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된 푸 파이터스의 익살

입력
2017.07.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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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한국에서 공연을 앞둔 미국 밴드 푸 파이터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내달 한국에서 공연을 앞둔 미국 밴드 푸 파이터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푸 파이터스는 장난기 많기로 유명한 미국 밴드다. 공연 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스태프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 공연을 앞두고 공연기획사에 보내는 ‘라이더’만 봐도 알 수 있다. 라이더는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공연할 때 필요한 무대 장비와 음식 등의 목록이 담긴 문서다.

푸 파이터스의 라이더엔 해학이 담겨 있다. 2015년 푸파이터스의 첫 내한 공연을 기획한 지산밸리록뮤직페스티벌 관계자에 따르면 푸 파이터스는 라이더에 “요리를 (요구한)레시피 대로 잘 해내면 투어 매니저가 티셔츠를 선물할 것”이란 문구를 넣어 웃음을 줬다. ‘이왕 일 할 거 얼굴 붉히지 말고 즐겁게 하자는 밴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푸 파이터스는 미국에서 메탈리카와 함께 관객 동원력이 가장 강한 록 밴드 중 한 팀이다. 먹을 음식 조리 매뉴얼까지 보내 ‘이름값 하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요구 사항을 익살스럽게 전달하니 미워할 수가 없다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밴드의 재치는 최근 공개한 신곡 ‘런’ 뮤직비디오에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푸 파이터스는 모두 노인 분장을 한 채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데이브 그롤은 백발의 가발을 쓰고 얼굴에 주름 분장까지 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 간달프가 떠올라 실소가 터질 정도다. 공격적인 연주와 포효하는 그롤의 시원한 노래로 정평이 난 밴드가 노인 분장이라니. 이 또한 “끝내주게 웃긴 아이디어라 생각”해 밴드가 낸 아이디어였다.

내달 22일 열릴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로 먼저 만난 그롤은 “우린 더 이상 예전처럼 젊거나 귀엽거나 잘생기지 않았지 않느냐”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노인 분장을 해서 백 살쯤으로 보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라고 밝혔다. 1990년 밴드 너바나의 드러머로 데뷔한 그롤(48)을 포함해 푸 파이터스의 다섯 멤버는 모두 40~50대다. 중년의 록스타가 부른 ‘런’은 억압된 일상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내용을 담는다. 노인 분장에 꽂힌 멤버들은 곡이 지닌 메시지에 맞춰 요양소를 촬영 배경으로 잡았다. 그리고 나선 그곳을 뛰쳐나오는 노인들의 일탈을 카메라에 담아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푸 파이터스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에서 열릴 공연 ‘리브 포에버 롱’의 무대에 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2년 만의 내한 무대다. 2년 전 그롤은 왼쪽 다리를 다쳐 무대에 깁스를 한 채 올랐다. 서서 공연할 수 없어 특별 제작한 의자에 앉은 채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에버롱’과 ‘런 투 플라이’ 등 히트곡을 열정적으로 소화한 그를 향해 한국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응답했다. 이 뜨거운 함성을 그롤은 잊지 못했다. 그는 “한국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라며 당시의 추억을 뜨겁게 회상했다.

“우리가 당시 월드 투어에서 한 수십 번의 공연 중 가장 좋아하는 공연 중 하나였어요. 관객들이 정말 미쳐 있었죠. 그렇게 자신의 100%를 내던지는 관객들을 만나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죠. 한국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우리는 꼭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롤은 두 번째 내한 무대가 “전보다 훨씬 크고, 시끄럽고, 긴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 파이터스는 오는 9월 새 앨범 ‘콘트리트 앤드 골드’를 낸다. 그롤은 “어떤 앨범보다 우리의 생각이 많이 담긴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푸 파이터스는 2년 전 50곳이 넘는 나라에서 투어를 돌며 휴식기를 가졌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재충전을 하기 위해서다. 6개월 동안 휴식을 취한 멤버들은 다시 모여 앨범 작업을 했다. 휴식 기간 동안 생각한 이슈들을 곡에 녹였다.

“새로 나올 앨범을 빨리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들었던 모든 것들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앨범이니까요. 빨리 한국에 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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