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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에는 작은 기적들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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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에는 작은 기적들이 있을 뿐입니다”

입력
2017.07.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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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상페 '진정한 우정'에 삽입된 그림. 오랜 친구이자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나눈 대화에서 상페는 삶과 관계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공개했다. 열린책들 제공
장 자크 상페 '진정한 우정'에 삽입된 그림. 오랜 친구이자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나눈 대화에서 상페는 삶과 관계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공개했다. 열린책들 제공

“우정은 기적입니다. 우리네 삶에는 작은 기적들이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인터뷰집 ‘진정한 우정’(열린책들)이 번역 출간됐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프랑스 그림책 ‘꼬마 니꼴라’, 1990년대 밀리언셀러에 오른 ‘좀머씨 이야기’를 본 이들에게 상페의 이름은 친숙하다. 두 권의 책에서 상페는 삽화가로 참여했지만, 독자들은 그가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눈치챘다. 이후 출간된 소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뉴욕 스케치’에서 그의 내면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201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진정한 우정’은 상페의 최근 생각을 가장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오랜 친구인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우정’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가지고 나눈 대화에 지금까지 그린 그림 120여점이 곁들여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술래잡기 같다. 작가의 철학을 듣고 싶은 언론인과 아무것도 확언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대화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는 데는 “규칙을 존중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상페(S)의 말에, 르카르팡티에(L)는 침묵도 그 중 하나냐고 묻는다. 상페의 모든 작품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 침묵에 관한 이야기다. “(S): 내가 보기엔 날 때부터 신중하게 태어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모두 조심성 많고, 신중하고, 사려 깊게 태어나야 할 것 같다고요. 실제로 우리는 부주의하고, 서투르며 때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 말입니다. (L): 그렇다면 우정은 침묵을 자양분 삼아 자라나는 편일까요? (S): 말도 역시 자양분이 되죠. 하지만 듬성듬성해야 해요! (L): (웃음) 대체 듬성듬성한 말은 어떤 거죠?”

올해 85세를 맞은 작가는 여전히 얌전하게 다리를 모은 소년 같다. 전화할 일이 있을 땐 “다른 사람을 성가시게 하거나 방해할까 봐 끔찍하게 겁”을 낸다는 그는 “저속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는 바로 그 순간부터 우정은 물건너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그가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는 죽은 예술가들이다.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듀크 엘링턴과의 만남은 상페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기적 같은 순간’을 그의 삶에 재현시킨다.

“(L): 절대 만나볼 수 없을 작가와도 대화할 수 있을까요? (S): 나한테는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음악가와도, 화가와도 그렇듯이 말입니다. 거기엔 우정과 흡사하달 수 있는 교감이 있습니다. (L): 결국 친구를 많이 가지려면, 무난한 성격에 한가한 사람이어야 하는 걸까요? (S): 친구가 그득하다느니 너무 많다느니, 이런 말 수상한데, 안 그런가요?”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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