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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남의 바둑 구경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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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남의 바둑 구경하는 마음

입력
2017.01.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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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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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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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9> 박영훈을 보면 늘 웃고 있다. 말을 할 때도 웃고 남의 말을 들을 때도 웃는다. 승부를 업으로 삼는 얼굴이 따로 있을 것이란 생각을 깨뜨린다. 이건 연습해서 될 일이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이런 웃음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어머니 쪽을 빼닮은 웃음이라 말한다.

물론 바둑 둘 때는 웃지 않는다. 사람인지라 아주 중요한 바둑을 지는 날이면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얼른 자리를 피하기에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잠깐이다. 이튿날이면 본디 그 얼굴 그대로 돌아와 생글거린다.

박영훈은 바둑으로 쌓인 피곤을 바둑으로 푼다. “진 바둑을 다시 놓아본다. 억울해서가 아니다. 승패를 떠나 어떻게 졌나 남의 바둑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되짚어본다. 내 실력 안에서 하지 않아야 할 실수로 졌다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런 때는 별로 없다. 이길 수 있었던 어떤 좋은 수를 찾아도 그것이 내 실력 밖에 있는 수라면 미련을 두지 않는다.”

***

흑1로 붙여 백‘×’를 막았다. 박영훈은 백‘×’를 두지 못한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앞서 위쪽에서 기분 좋은 모양을 만들었고 아래에서는 백2로 벌려 자연스럽게 집을 지었다. 좀 지나 백10으로 차지하니 집 균형이 완전히 백 쪽으로 기울었다.

흑5, 2선을 기는 꼴이니 두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참고도> 흑1을 두면 백2로 젖히고 4에 는다. 그나마 있던 가운데 흑 두터움이 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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