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상준 기자

등록 : 2017.06.19 09:26
수정 : 2017.06.20 00:55

[뒤끝뉴스] 대학생 한달 생활비 117만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 : 2017.06.19 09:26
수정 : 2017.06.20 00:55

‘2017 대학생 생활비 리포트’ 보도에 쏟아진 반응들

“이 상차림을 보고 놀랐다는 데에 더 놀랐다.” 한국일보 17일자 1면 ‘대학생 한달 117만 6,000원 쓴다’ 제목의 기사에서 함께 게재된 한 대학생 자취방에서 접한 저녁 밥상 사진을 보고 “놀라고, 짠하고, 가슴이 먹먹했다”는 글을 기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더니 한 네티즌이 짧고 굵게 소감을 올렸습니다.

‘아니 그것도 몰랐단 말입니까’라는 핀잔 섞인 글을 보고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실 한 달 가까이 걸린 이번 취재 과정 내내 정신이 번쩍번쩍 했습니다. ‘내가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즉석밥 하나, 생수 하나, 엄마표 밑반찬 4가지로 저녁 한끼를 해결하는 지방출신의 한 사립대 학생.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회사에서 매일 보는 대학생 인턴기자들, 대학생 조카들, 취재를 하다 만나는 대학생들까지. 대학생들을 많이 보지만 한 번도 그들이 얼마짜리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먹고 지내는지는 생각 못 해 봤습니다. 오히려 가끔 비싸다는 브랜드 커피를 파는 카페에 갔는데 먼저 와있는 대학생들 때문에 빈 자리가 없을 때면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저러고 있을까’는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 대학생 때는....’ 이라는 ‘아재 본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1998년 2월 대학 캠퍼스와 작별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를 알아보자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고민했던 것은 ‘대학생 한달 지출 117만 6,000원’이라는 내용을 접한 독자들이 이 금액을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지 않은 숫자에 ‘저리 펑펑 쓰나’ ‘흥청망청하는구만’ 하는 부정적 시선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 보면 많은 대학생들이 아무리 아끼고 또 아껴도, 그리고 정말 가끔씩만 ‘작은 사치’를 할 뿐인데도 117만 6,000원이 드는 현실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잠깐이라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기사를 접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습니다. “실화입니까”라는 놀람과 함께 “처음에 숫자를 보고 설마 했는데 내용을 보니까 남일 같지가 않네요. 부모 인터뷰 내용도 그렇구요” 같은 공감, 그리고 “엄마 고마워요” 처럼 부모님께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특히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이 실제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액수를 공개하면서 “내가 특별히 많이 쓰는 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기사를 쓰면서 생각하지 못한 ‘위로’를 준 셈이 돼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매일 주머니에 돈이 없어요.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아빠는요”처럼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감도 눈에 띄었습니다.

좀 더 나아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대학을 가야 사람 구실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놓고, 등록금은 감당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데(비싼데) 국가장학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한국장학재단은 그런 학생들에게 사채업 놀이나 하고 있다”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임금은 더디게 오르고”.

설문조사를 하고 대학생들을 인터뷰 하면서 그저 지금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생활비 스트레스’가 더 아낄 수 있는데 덜 아끼기 때문에 생기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분명히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입학금, 등록금,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까지 그 규모가 학생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그래서 결국 부모의 도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현재 대학생들을 돕기 위한 한국장학재단의 대상자 선정 기준이 부모의 소득과 재산이라는 점도 한국에서는 대학생이 됐어도 결국 부모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집이 얼마나 잘 사느냐에 따라 대학생 자녀의 대학 생활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이는 대학 생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취업 경쟁으로까지 고스란히 그 영향이 이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으로는 모자란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업 준비나 시험 준비를 할 시간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친구들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죠. 그럼 낮은 학점 때문에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받을 확률은 낮아지고요. 그럼 다시 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일을 해야죠. 악순환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근처에서 파는 딸기쥬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학생들은 가격 대비 먹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가성비 높은 음료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대학생 자원봉사활동 단체 ‘십시일밥’의 최문영 대표는 대학 내 ‘빈부 격차’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모임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모임의 학생들은 끼니 해결조차 버거운 같은 학교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자투리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돈 대신 식권으로 받아서 어려운 형편의 학우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요. 자원 봉사에 참여 중인 850명 넘는 대학생들이 대학 내 빈부격차에 공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은 빈부 격차를 실제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사립대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보충하려고 시간을 조정하려면 여러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스케줄 때문에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더군요. 지금은 아르바이트보다는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하고 싶지만 학생들 상황이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조차 없으니….”

나쁜 순환은 끊어야겠죠. 반값 등록금 같은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놀란 사실 하나. 20년 전 제가 대학 다닐 때 학생식당 밥값은 1,200원에서 지금 평균3,500원으로 오르고 등록금도 배 이상 올랐지만, 중학생을 가르치면서 받았던 과외비(40만원)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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