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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환경기자가 2년간 직접 사냥한 것만 먹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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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환경기자가 2년간 직접 사냥한 것만 먹은 이유

입력
2017.01.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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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환경 기자 루이즈 그레이는 2년 동안 직접 본인이 사냥한 동물만 먹었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영국의 환경 기자 루이즈 그레이는 2년 동안 직접 본인이 사냥한 동물만 먹었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직접 사냥을 해서 얻은 고기만 먹을 수 있다면 우리의 식탁 위는 어떻게 변할까. 실제로 육식에 대한 성찰을 위해 이를 직접 실행한 사람이 있다.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의 환경 기자 루이즈 그레이는 2년 동안 직접 본인이 사냥하거나 채취한 고기와 해산물을 먹고 이를 ‘윤리적 육식동물’이라는 책에 기록했다. 그가 먹은 종류는 양, 돼지, 사슴, 토끼를 비롯해 물고기, 바닷가재 등 총 21종이다.

그레이는 인터뷰를 통해 “동물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면서도 한번도 이 고기들이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고기가 식탁 위 접시에 놓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를 먹기만 했지 어떻게 내 앞에 오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을 ‘눈 먼 잡식동물’이라 칭했다.

농부의 딸이었던 그레이는 환경기자로 활동하면서 고기 섭취를 둘러싼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축으로 키워지는 소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전세계 교통수단이 내뿜는 양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안 후 그는 기후 변화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육식을 줄이는 일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동물을 억압하는 사육방식보다 자유롭게 풀어 키우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축산 방법이라고도 생각했다.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게 되면서 육식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혼자만이 아님을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마음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어했고 그는 환경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이런 종류의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레이는 공장식 축산의 불편한 진실들을 폭로해 사람들이 죄의식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기보다, 좀 더 의식 있는 방법으로 고기를 소비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2년 간 직접 사냥한 동물의 고기만 먹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레이는 처음에는 물고기 낚시와 굴을 채취하는 방법으로 시작했고, 점차 비둘기나 야생토끼 같은 작은 동물에서 사슴까지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그레이의 첫 토끼 사냥은 그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그레이의 첫 토끼 사냥은 그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하지만 그의 첫 토끼 사냥은 큰 정신적 충격으로 남았다. 토끼는 그레이가 완벽히 죽이기도 전에 부상을 입은 채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스스로를 ‘고작 저녁 식사를 하려고 동물에게 끔찍한 고통을 유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그레이는 이 경험을 통해 육식에 대한 책임감을 설명했다. 그는“나는 서툴렀던 토끼 사냥에 매우 죄책감을 느꼈고, 동시에 책임감에 대해 배웠다”며 “죄책감은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책임감은 문제에 대해 고찰하고 반복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제든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동물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며 “사람들이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할 수 있는 한 인도적인 방법으로 사냥을 하는 것과 사냥한 동물의 사체는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사용하는 것을 지침으로 삼았다.

고기는 직접 사냥한 것만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레이는 2년 동안 거의 채식 위주의 생활을 했다. 또한 야생동물과 자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레이는 “자연에 대한 이해는 자연이 주는 것들에 대해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사냥한 것만 먹겠다고 공표한 결과 그레이는 거의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해야 했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자신이 사냥한 것만 먹겠다고 공표한 결과 그레이는 거의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해야 했다. 루이즈 그레이(Louise Gray)

그레이는 직접 도축장을 방문했던 경험도 설명했다. 그는 거꾸로 매달린 채 피를 흘리는 돼지들의 모습을 본 후, 절대 일반 도축장에서 온 고기는 먹지 않기로 정했다. 실제 책을 쓰고 난 후에도 그레이는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다. 고기를 먹더라도 여전히 직접 사냥한 동물을 먹거나 인도적인 방법으로 동물을 기르는 농장에서 고기를 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레이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 역시 2011년에 직접 기른 동물을 도축해 먹는다고 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직접 도축했다는 얘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레이 역시 자신처럼 직접 사냥한 것만 먹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고기를 먹기 위해 당신은 직접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다”면서도 “적어도 고기가 어떻게 오는지 알아볼 노력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의 책 ‘윤리적 육식동물:내가 먹기 위해 죽인 것들’은 지난 해 9월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됐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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