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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공룡 ‘BAT’ 공격적 M&A통해 판 뒤흔든다

입력
2016.0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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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모바일 메신저 위챗 기반

모바일결제, 콜택시, 교육 등 서비스

알리바바는 경제지, 영자지 등 인수

쇼핑몰 고객과 미디어 콘텐츠 융합

넷마블게임즈 지분 25% 보유 등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체까지 눈독

“국내 게임업계에 투자한 중국 자본이 빠져 나가면 국내 게임업체의 절반이 문 닫을 겁니다.”

최근 한 게임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국내 잠식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어디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려진 것은 일부지만 국내 업체와 합작한 투자법인 등을 통한 간접투자와 우회 투자, 비공개 투자 등을 포함하면 상당수 국내게임업체가 중국 자본의 수혈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서운 속도로 외연 확대하는 BAT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등 미국의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이미 우리나라에서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업계만 봐도 알 수 있듯 중국업체들은 무섭게 국내 ICT 업계를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ICT 업체들은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자본 투자를 통해 플랫폼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서비스를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다른 기업들이 만든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마구 사들여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는 이른바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가 주도하고 있다. 텐센트의 경우 국내에서 게임 분야에 행보가 두드러지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운영 업체로 유명하다. 텐센트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위챗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SNS 웨이보를 비롯해 텐페이(모바일 결제), 디디다처(콜택시), 요우다(교육) 등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 영역의 서비스를 갖고 있다.

중국의 IT 업체들이 무서운 이유는 세계 어떤 국가 업체들보다 확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알리바바다. 1999년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닷컴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티몰 등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2014년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상장 2개월 만인 11월에 주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실적 부진으로 지난달 29일 기준 주가가 66.87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 같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국내외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M&A을 벌이며 콘텐츠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알리바바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미디어ㆍ콘텐츠 사업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경제지 다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에 12억위안(약 2,183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고 12월 ‘중국판 유튜브’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유쿠투도우를 37억달러(약 4조4,490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말 112년 역사의 홍콩 유력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SCMP 미디어 사업부를 20억6,000만홍콩달러(약 3,180억원)에 인수했다. 마윈(馬雲) 회장은 다이차이징르바오 인수 당시 “알리바바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미디어 콘텐츠를 합치면 풍부한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혀 이들 매체를 기존 서비스와 융합하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국내 업체들까지 삼키는 텐센트

게임분야에서 플랫폼 확대가 돋보이는 중국기업은 단연 텐센트다. 텐센트는 수 많은 중국 업체 가운데 게임 개발부터 유통까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텐센트는 자체 제작한 게임뿐 아니라 다른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구입해 자사의 게임 포털 ‘큐큐게임’및 월 이용자가 총 14억명인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큐큐’ 등을 통해 유통한다.

텐센트는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1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또 모바일 게임 업체 네시삼십삼분(4:33)에 1,300억원을 투자했고 중소 개발사 파티게임즈에 200억원, 카본아이드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지분도 9.3%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업체들이 자본 잠식과 기술 유출 우려에도 텐센트와 제휴하는 이유는 중국 시장 진출의 관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구글플레이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앱) 장터가 없어서 모바일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주요 플랫폼만 수 백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곳이 텐센트의 큐큐게임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와 제휴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게임 플랫폼에 진입하기 힘들어 생존을 위해 텐센트와 손을 잡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이처럼 탄탄한 플랫폼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업체는 BAT와 제이디닷컴까지 4곳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세계 IT 업계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배병환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원은 “중국 IT 업체들은 적극적인 M&A와 신규 사업 확대, 서비스 간 융합을 통해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며 “이들이 가져올 변화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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