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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나 보다 땀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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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나 보다 땀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 가져라”

입력
2016.07.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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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심권호’라는 칭호에 걸 맞는 선수가 되겠다.”

리우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현우(28)의 다부진 각오다. 심권호(44)는 ‘레슬링의 전설’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48kg에서 우승한 뒤 54kg로 체급을 올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또 정상에 올랐다. 김현우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66kg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체급을 상향 조정해 2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김현우가 ‘제2의 심권호’가 되기 위해서는 라이벌인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26)를 넘어야 한다.

김현우는 리우올림픽에서 2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18일 미디어데이에서 공개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현우는 리우올림픽에서 2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18일 미디어데이에서 공개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운명의 라이벌

김현우와 블라소프는 런던올림픽에 66kg, 74kg(이후 75kg로 변경)에 각각 출전해 나란히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특히 김현우는 부러진 엄지와 퉁퉁 부은 눈으로 투혼의 금메달을 따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현우는 그러나 2013년에 체급을 올렸다. 경기를 앞두고 매번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살인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대신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상대를 매트에 들어 메치던 괴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사점(죽을 것 같은 극한의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끝에 체급에 걸 맞는 파워를 키웠고 몸을 만들었다. 마침내 2013년 헝가리 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2011년 터키 세계선수권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연이어 제패한 블라소프. 하지만 김현우가 2-1 승리를 거두며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는 이후 2014년 7월까지 2년 동안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으며 새로운 최강자로 떠올랐다.

둘은 2014년 7월 루마니아 오픈에서 다시 맞닥뜨렸다. 이번에는 김현우의 4-7 패배. 상대에게 측면 들기 공격을 허용해 한 번에 4점을 내준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2년 간 이어오던 김현우의 불패 기록도 깨졌다.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선수권에서는 김현우가 예선 탈락하며 격돌이 불발됐다. 블라소프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년 김현우에게 내줬던 타이틀을 되찾았다. 김현우는 “세계선수권 탈락이 보약이 됐다. 나태함에서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역대 전적 1승 1패의 호각지세. 리우올림픽이 진검 승부가 될 전망이다.

로만 블라소프의 경기 장면. 블라소프 페이스북
로만 블라소프의 경기 장면. 블라소프 페이스북

4년 간 흘린 구슬땀

김현우와 블라소프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키는 김현우가 174cm로 178cm의 블라소프보다 작다. 김현우는 강한 체력과 함께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힘이 강점이다. 반면 블라소프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정평이 나있다. 공격 찬스가 나면 측면 들기로 차곡차곡 점수를 뽑아내는 스타일이다.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 큰 실점도 없다.

리우올림픽에서 둘의 대결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 레슬링은 시드 배정이 없고 경기 당일 조 추첨으로 상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현우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려면 블라소프를 제압해야 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누가 웃을까. 둘의 대결은 이번 올림픽 레슬링 종목 최고의 빅 매치로 꼽힌다.

김현우는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실제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그 문구는 한국 레슬링대표팀의 모토가 됐다. 김현우는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4년 동안 엄청난 양의 땀방울을 매트에 쏟았다. 그는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를 믿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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