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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호들갑 떨더니… 美 입만 바라보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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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호들갑 떨더니… 美 입만 바라보는 국방부

입력
2016.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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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북제재안 합의 과정서

美의 中압박용 카드 정황 뚜렷

“배치 급급 안해” “곧 논의 착수”

美 내부서도 엇갈린 발언 혼선

첫발도 못 뗀 한미 공동 실무단

“언제 가동될지…” 우리만 조바심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친 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친 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국방부가 미국의 입만 바라보며 끌려 다니는 답답한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사드 배치의 첫 단추는 한미간 공동실무단 구성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급기야 미군 장성이 “1주일 이내에 열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도, 국방부는 미 정부의 ‘OK사인’만 기다리며 머뭇대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방부가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맞서 서둘러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후 3주간 한미 논의는 한 걸음도 못 떼고 있다. 그 사이 미중 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합의하면서,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안보가 아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협상 카드라는 정황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24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양국의 공동실무단이 앞으로 1주일 내에 첫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고 나면 비로소 한미 간 본격적인 사드 논의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하염없이 ‘미국 타령’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23일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불과 20분 남겨놓고 돌연 연기하면서 문상균 대변인은 “하루 이틀이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틀이 지난 25일 “미 국방부의 위임을 받은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통보가 없다”며 말을 흐렸다. 첫 회의를 언제 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드 배치를 담판 지어야 할 판에 상대방의 신호를 기다리며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건 저자세 굴욕외교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방부가 눈치만 보는 사이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혼선은 가중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고, 이어 24일 백악관은 중국과의 대북제재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이 줄곧 거부감을 드러낸 사드 배치를 미국이 일부 양보하면서 안보리 결의안을 성사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는 매우 중요하다”(스캐퍼로티 사령관), “안보리 결의와 사드 배치는 별개”(우리 국방부)라고 강조해 온 한미 군 당국의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측은 일단 공동실무단을 가동하더라도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려면 또다시 중국의 협조가 중요한데, 일사천리로 사드 배치를 강행해 공연히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측이 느긋하게 나올수록 안보위협의 최우선 대책으로 사드 배치를 강조해 온 우리 국방부는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또한 사드 부지 선정과 레이더의 유해전자파, 환경오염 등 향후 국내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쟁점이 많아 미측을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고서도 미국을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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