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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사진으로... 윤종신 안성진의 동행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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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사진으로... 윤종신 안성진의 동행 25년

입력
2017.06.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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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을 함께 한 가수 윤종신과 사진 작가 안성진. 두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앨범 사진으로 4집 ‘공존’을 꼽았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25년을 함께 한 가수 윤종신과 사진 작가 안성진. 두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앨범 사진으로 4집 ‘공존’을 꼽았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존’ 흑백 사진의 비밀

“이건 나도 못 본 사진인데?”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월간 윤종신’ 사옥. 벽에 걸린 한 사진을 보던 가수 윤종신(48)이 오래된 상자에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해하며 사진 작가 안성진(50)에게 묻는다. 사내가 바다를 바라보며 양팔을 벌리고 갯벌을 걷는 사진이었다. 1995년, 스물여섯이던 청년 윤종신의 뒷모습에 익살이 흐른다. 안 작가는 “안면도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윤종신은 4집 ‘공존’(1995)앨범 사진에서 빵모자를 쓴 채 자신의 체형보다 한 치수 큰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밀며 안면도의 둑을 걷는다.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가 따르던 아저씨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숙집을 가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흑백사진을 보니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히트곡 ‘부디’와 ‘내 사랑 못난이’가 실린 앨범의 복고적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 사진을 윤종신과 안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앨범 사진으로 꼽았다. 윤종신은 “조금은 힘든 삶을 끌고 나가는 고독한 남자 같다”며 “’이런 게 삶이야’라고 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윤종신의 얼굴은 모자의 그림자에 묻혔다. 1집 ‘처음 만날 때처럼’(1991)부터 4집까지 앨범 표지엔 그의 얼굴 정면을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실리지 않았다. “그 때 윤종신은 아주 촌스러웠거든요. 체크 문양의 셔츠 입고 누굴 가르쳐야 할 것처럼.” 안 작가는 “미성과 얼굴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 사진에 얼굴을 그대로 담지 않으려고 했다”며 웃었다. “제 얼굴의 선과 남성성을 찾아준 고마운 형이죠.” ‘환생’이 실린 5집 ‘우’(愚)부터 얼굴을 모두 드러낸 윤종신이 기다렸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 윤종신의 5집 '우' 표지 사진. '환생' 등 복고풍의 음악이 실려 복고 콘셉트로 촬영했다.
가수 윤종신의 5집 '우' 표지 사진. '환생' 등 복고풍의 음악이 실려 복고 콘셉트로 촬영했다.

“윤종신은 날 음악으로 무장해제” “나약한 남성 잘 포착하는 안성진”

두 사람은 22일부터 8월27일까지 사진전 ‘달램-안성진X윤종신’을 연다. 함께 작업한 지 올해로

25년이 된 걸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획했다. 2집 ‘소로우’(1992)부터 마지막 필름 작업이었던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까지. 인화지 박스 30개에 담아둔, 9개 앨범 사진 촬영 작업에 때 찍은 사진에서 추렸다. ‘너의 결혼식’(1992), ’오래전 그날’(1993)과 ‘애니’(2000) 등 ‘윤종신표 발라드’를 좋아했던 30~50대라면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달램’을 전시 제목으로 정한 건 각자 서로에게 음악으로, 사진으로 위안과 힘을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윤종신은 안 작가의 “뚝심과 나약한 남성을 잘 포착해 내는 섬세함”에, 안 작가는 “날 무장해제시키는 윤종신의 음악”에 끌렸다고 했다. 가수 김현식의 유작 앨범을 작업했던 녹음 엔지니어였던 안 작가는 1992년 프로젝트 그룹 015B의 라이브 앨범 사진 작업을 우연히 한 것을 계기로, 윤종신과 연을 맺었다. 이때 한 첫 작업이 윤종신이 고개를 숙인 채로 천호대교 밑에서 찍은 ‘소로우’ 표지 사진이었다. 윤종신은 25년 동안 사진 작가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가 믿는 사람의 관점으로 나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작가는 윤종신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윤종신은 3월 낸 노래 ‘마지막 순간’ 싱글 앨범 표지 사진 주인공으로 남성 듀오 듀스 멤버인 고 김성재의 남동생 김성욱씨를 모델로 썼다. 김씨가 먼저 떠나 보낸 아내의 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이다. 이는 안 작가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가수 윤종신의 2집 '소로우' 앨범 표지 사진. 윤종신이 안성진 사진 작가와 처음으로 만나 찍은 사진이다. 천호대교 밑에서 촬영했다.
가수 윤종신의 2집 '소로우' 앨범 표지 사진. 윤종신이 안성진 사진 작가와 처음으로 만나 찍은 사진이다. 천호대교 밑에서 촬영했다.

전시장 한 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엔 ‘비하인드 더 스마일’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사진엔 그늘도 담긴다. 볼 살이 쏙 빠진 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브지지에 선 그의 모습은 어둡고 불안하다. 윤종신은 “음악적 갈피를 못 잡아 외롭기도 했고, 힘들었던 시기인 30대 중반에 찍은 사진”이라며 “나중에 알았지만 저 때 내가 (크론병으로)아팠더라”고 옛 일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서울 낙원동부터 제주도, 일본 홋카이도, 뉴질랜드의 퀸스타운까지 25년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을 했다.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쌓였다. 윤종신이 우산을 쓴 채 겨울 해변에 서 있는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앨범 표지 사진은 둘이 차를 몰고 가다 즉흥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힘들 것 같은 데 생각보다 강인하게 세상을 버티며 살아가는 후배(윤종신)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따뜻함이 묻어 있다. 낭만도 잠시, 안 작가는 “일본 촬영은 (윤종신에게) 속아 가게 된 것”이라며 넋두리를 늘어놨다.

2010년부터 매달 신곡을 내는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도 함께 하는 두 사람은 앞으로도 동행할 예정이다. “윤종신이 노력하지 않는 게 보이거나”(안 작가), “형이 카메라 들 힘이 없을 때”(윤종신)까지.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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