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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비니까 청춘’이라는 어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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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비니까 청춘’이라는 어른의 이야기

입력
2017.01.0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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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 지음

한겨레출판ㆍ264쪽ㆍ1만3,000원

평범한 사람이라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도합 12년을 학교에 다닌다. 어른들은 종종‘학생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하지만 잘 전해지진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학교란 성인이 회사에 다니는 것과 같은 사회생활이요, 정기적으로 시험까지 찾아온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날 해방감을 느낀 아이들은 거리로 나온다. 부디 그 해방감을 누리라고 말하고 싶은 어른도 있고, 그 해방감은 곧 끝난다며 심술을 부리고 싶은 어른도 있을 것이다. 40대에도 공부에 미치라는 것도 모자라 공부하다 죽으라는 책이 나오는 한국 사회 아닌가.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는 제목이 돋보인다. 솔직한 심정은 대부분 숨기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렇기에 입시, 취업, 승진, 생존 경쟁에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전 세대가 끌릴 만하다. 책을 집은 독자들은 유념할 것이 있다. 제목은 고 2때 저자가 광주 민주화 항쟁을 겪었을 때 스스로 다짐한 말이다. 공부 없어도 세상을 장밋빛으로 즐길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이나, 나만 믿고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호언장담은 없다.

공부 없는 삶을 선택한 저자가 촌스럽게 보이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섬에서 낚시 하며 먹을 거리를 자급하는 생활에는 편함이 없다. 그러나 책은 편안하다. 공부를 마친 삶이나 섬의 생활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 느낀 점을 꾸밈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대가리를 먹는다는 것은 그 존재를 정면으로 대하는 것과 같다. 이거 진지한 문제이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 종족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지점이니까. …그래서 나는 죽였으면 무조건 먹자 주의다. 그래야 다른 것을 덜 먹는다.”

스스로 공부를 마치기로 한 삶, 자급자족 하는 무언가 다른 삶. 차곡차곡 쌓인 경험의 궤적은 ‘남들과 다르다’는 권위 의식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권위를 내세우는 것 대신에 자기 성찰을 계속한다. 그렇기에 비혼을 선언하는 청년들에게 결혼을 하라는 훈계 대신에, 어른들이 많은 잘못을 했다고 고백한다. 이 거대한 어려움을 개인에게 짐 지워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혼자서 굳건하게 살겠다는 날이니까.”

거문도 방언으로 축제를 의미하는 ‘산다이’. “산다이 하며 놀자”는 저자의 손짓에 기꺼이 손 내밀기란 낯설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무기력하다며 ‘덤비니까 청춘이다’가 맞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저항에 동참하는 것엔 머뭇거리게 된다. 책 한 권으로 변한다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책을 덮으면 하나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공부에 종지부를 찍고, 산다이 하며, 덤비며 설치며, 한바탕 노는 삶에 대한 한 줌 갈망이 도장 자국마냥 남을 것이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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