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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카탈루냐 독립투표

입력
2017.09.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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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의 또 다른 걸작 ‘카탈루냐 찬가’는 스페인내전에 참가해 겪은 경험을 쓴 르포 문학이다. 진보주의자들이 총선에서 승리해 인민전선 공화국을 수립하자 1936년 프랑코 장군 군부와 왕당파, 가톨릭교회 등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내전의 시작이다. 그 때 오웰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등 세계적 문호가 그랬듯 인민전선 편에서 총을 들었다. 전투에서 목이 관통되는 등 고난을 겪은 오웰은 훗날 “스페인의 경험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책 제목 ‘카탈루냐 찬가’는 프랑코의 파시즘 세력과 맞선 민주주의자들의 거점이 바로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전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의 승리로 끝났다. 프랑코는 카탈루냐 자치권을 몰수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탄압에 나선다. 이에 항의해 망명길에 오른 사람이 카탈루냐 출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다. 그는 95세이던 1971년 유엔의날 기념 연주에서 카탈루냐의 민요인 ‘새의 노래’를 들려주면서 고령의 숨가쁜 목소리로 평화를 염원하기도 했다.

▦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딴 관광도시 바르셀로나가 바로 카탈루냐의 주도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통합됐으나 독자 언어와 문화, 역사를 갖고 있다. 1975년 프랑코가 숨진 뒤 자치권을 되찾았지만 중앙정부와의 감정은 아직 미묘하다. 그런 감정은 엘클라시코 즉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에서 엿볼 수 있다. 두 팀의 경기에는 과거사가 함축돼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루이스 피구가 레알마드리드로 옮긴 뒤 바르셀로나 관중들로부터 유리병, 당구공 심지어 돼지머리 세례까지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 카탈루냐가 10월 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투표를 했지만, 비공식이어서 효력이 없었다.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이번에 찬성이 과반이면 48시간 안에 독립을 선포하고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스페인 경제의 중심인 카탈루냐에는 스페인의 가난한 지역을 먹여 살려야 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바스크, 스코틀랜드, 플랑드르 등 분리독립을 희망하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자칫 유럽 전체가 떠들썩해질 것 같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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