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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블랙프라이데이 총기 판매 사상 최고치... 비극의 역설

입력
2017.11.26 13:5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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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조회 20만3000건 돌파

잇단 사고에 규제 논의 활발

“미리 사 두자” 사재기 열풍

지난달과 이달 미국에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총기 판매가 다시 상승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총기 가게에 각종 총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달과 이달 미국에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총기 판매가 다시 상승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총기 가게에 각종 총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올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24일ㆍ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에 판매된 총기가 역대 하루치로는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 이달 초 텍사스 서덜랜드스프링스의 한 교회에서 벌어진 대형 총기 난사 비극 속에서 총기 판매도 증가한 것이다. 대형 총기 사고와 이에 따른 총기 규제 논의가 이뤄지면 오히려 총기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역설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 셈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4일 하루 동안 미연방수사국(FBI)이 진행한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건수가 20만 3,086건으로, 종전 단일 최고치였던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의 18만 5,713건 보다 1만7,373건(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18만5,345, 2014년은 17만5,754건을 기록했다. 정확한 총기 판매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FBI의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가 총기 판매량을 가늠하는 중요 척도로 이용되고 있다. 다만 총기 구매자가 한 정 이상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판매량은 더 많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내 최대 할인 행사 기간으로서 총기 역시 일년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이에 뒤따라 총기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면 오히려 총기 판매가 급증하는 역설이 반복돼 왔다. 총기 난사 사건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식을 자극해 총기 구입으로 이어지고, 총기 규제 논의가 이뤄지면 총기 구입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사재기’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총기 판매량은 총기 난사 사건과 더불어 총기 규제 의지를 보인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급증했다. 2012년 12월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비극으로 총기 규제법 강화 논의가 이뤄졌지만, FBI 자료에 따르면 신원조회 건수는 2013년부터 한해 2,000만 건 이상으로 증가했고 2015년에는 2,314만건, 2016년에는 2,753만건으로 두 해 연속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는 강력한 총기 규제 공약을 약속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이 예상되면서 총기 사재기 심리가 극성을 부렸다.

올해 총기 규제에 미온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총기 판매는 또 한 번의 역설을 겪었다. 미국 총기협회(NRA)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안심’으로 총기 사재기 심리가 누그러져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텍사스 교회 총기 난사 사건에서 군 복무 당시 전과 기록이 있던 범인이 허술한 신원조회를 통과해 총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법무부와 의회가 최근 신원조회 시스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총기 판매량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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