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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테러 12일 만에 런던 중심부에서 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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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테러 12일 만에 런던 중심부에서 또 테러

입력
2017.06.0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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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발생한 3일 밤 경찰이 런던브리지 부근에서 시민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테러가 발생한 3일 밤 경찰이 런던브리지 부근에서 시민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인 런던 브리지와 인근 버러 마켓에서 3일(현지시간) 밤 차량으로 인도의 보행자를 친 후 흉기로 시민들을 공격한 테러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22명을 낸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자살폭탄 테러(지난달 22일)가 발생한 지 불과 12일 만이다.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로 영국 전역에서 경계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다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가 발생해 영국은 공포에 질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런던 브리지 관련 사건을 ‘잠정적인 테러행위’로 규정한다”고 밝힌 뒤 총선 유세를 중단하고 비상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메이 총리는 4일 긴급성명을 통해 “조기총선은 예정대로 8일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 B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8분쯤 런던 중심가(시티오브런던)와 템스강 남쪽 버러 마켓을 연결하는 런던 브리지 남쪽 방향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흰색 승합차 1대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 행인을 치면서 1차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당시 다리 위에 있던 영국 BBC방송 기자 홀리 존스는 “시속 80㎞정도로 진행하던 차량이 (차로 반대편) 오른쪽 인도로 획 돌더니 순식간에 5, 6명을 치었다”며 “내 앞에 있던 2명을 먼저 치었고 그 뒤에 3명을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보행자는 차에 치여 공중으로 6m 이상 솟구쳤고, 한 남성은 차를 피해 템스강으로 뛰어들었다.

보행자들을 공격하던 차량은 이어 속도를 내 런던 브리지 남단에 위치한 버러 마켓의 한 술집 난간에 부딪혔다. 곧바로 차를 빠져나온 용의자 남성 3명은 길이 25~30cm에 달하는 긴 칼 등으로 인근 식당과 카페 등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찔렀다. 일부 손님들은 탁자, 병, 의자 등으로 저항했으나 이들은 흉기로 사람들의 얼굴과 배 등을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런던 경찰은 범행시작 후 8분 뒤인 10시 16분께 무장경찰이 용의자 3명을 발견, 사살했다고 밝혔다. 경계가 허술한 주말밤 늦은 식사와 술자리를 즐기던 시민과 관광객들이 1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만에 끔찍한 공포를 겪은 것이다.

제라드라고 밝힌 목격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이 갑자기 술집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찔렀으며 ‘알라를 위하여’라고 외쳤다”며 “10살쯤 되는 소녀도 칼에 맞았는데 15번쯤은 찌른 것 같다”고 전했다. 벤이라고 밝힌 목격자는 “빨간 옷을 입은 남성이 30㎝쯤 되는 칼로 한 남자를 매우 침착하게 세 번이나 찔렀다”며 “저항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경찰의 총소리가 나면서 모두 도망갔다”고 말했다.

당초 용의자들이 자살폭탄용 조끼를 입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가짜 조끼인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들의 신원 및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런던시 동부 바킹지역에서 용의자 중 1명의 집을 급습해 1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4일 “현재까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접수된 국민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서구 언론은 이번 공격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된 정황에 주목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의 일요일판 선데이타임스는 IS 단원과 추종자들이 정보기관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 “늑대들(IS 대원)이 개별적으로 움직여 십자군 민간인(영국인)을 공격한다”거나 유명한 동요를 인용한 “런던 브리지가 무너지고 있다” 등의 메시지가 공유됐다고 전했다.

IS 선전 매체인 알나바 최근호는 테러 발생 이틀 전 영국에서 추가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8일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공항 총격테러,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외국인 대사관 밀집지역 테러 등 최근 라마단 기간에 IS소행으로 의심되는 대형테러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연이은 테러로 보수당과 노동당 등 영국 정치권은 총선 유세를 즉각 취소했다.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테러 이후 영국 정당들은 사흘 동안 총선유세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다. 보수당은 5일부터 유세를 재개한다.

각국 지도자들은 잇따라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메이 총리에 전화해 위로를 표시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새로운 비극 앞에서 프랑스는 더욱 더 영국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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