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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의 40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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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의 40년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5.05.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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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A 헤비급 등 7차례 챔피언

김일 후계자로 전세계 1600회 경기

2년 전 발병한 담도암 이겨냈지만 마이크 타이슨과 경기 무산 아쉬움

홍상진ㆍ김종왕 등 젊은 후배들과 프로레슬링 인기 회복 힘쓸 것

한국 프로레슬링의 살아있는 전설 이왕표(61·사진)가 40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정든 링을 떠난다.

이왕표는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이왕표 은퇴기념 포에버 챔피언(FOREVER CHAMPION) 2015 WWA(World Wrestling Association) 국제프로레슬링대회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이번 대회는 WWA 헤비급과 울트라 FC 헤비급 등 7차례나 챔피언에 오른 이왕표의 은퇴를 기념한다. 이왕표는 1975년 김일 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데뷔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2013년 발병된 담도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지만 세 차례에 수술 끝에 호전돼 은퇴식을 준비해 왔다.

이왕표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섭섭하고 아쉽다”며 “막상 은퇴한다 생각하니까 영광스러운 것보다 부족한 점만 떠오른다”고 프로레슬링 인기를 다시 올려놓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40년 동안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면서 “프로레슬링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996년 스승인 故김일(오른쪽) 선생과 즐거운 한때.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6년 스승인 故김일(오른쪽) 선생과 즐거운 한때. 한국일보 자료사진.

● 스승의 은퇴식에서 획득한 챔피언 벨트

이왕표는 1975년 김일 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데뷔 이후 20경기 전패를 당하며 회의감을 느꼈다. 이왕표는 “레슬링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어둠의 유혹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그 때 김일 선생님한테 정말 많이 맞았다. ‘쓸데 없이 건달들하고 어울려 다니냐. 네가 깡패냐’라고 다그쳤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니 경기에서 한 두 번 이기고 재미도 붙었다”고 돌이켜봤다.

이왕표는 1985년 처음으로 NWA(National Wrestling Alliance) 오리엔탈 태그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승승장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2000년 3월 스승 김일의 은퇴식에서 펼쳐진 자이언트 커간(캐나다)과의 WWA 타이틀 매치를 꼽았다. 이왕표는 “1967년에 김일 선생님이 WWA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이후 33년 만에 가져와 더욱 기뻤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0년 밥 샙(미국)과의 승부도 지목하며 “나이는 스무살, 몸무게는 40㎏ 차이가 났는데 종합격투기로 타이틀을 가져왔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밥샙이 ‘이왕표는 머리가 좋다. 그 나이에도 힘이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를 보는 팬들에게 ‘나이 먹어 왜 링에 올라왔느냐’는 말을 안 듣기 위해 더 집중했다. 40~50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009년 서울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에서 열린 김일 선생 서거 3주년 WWA 세계프로레슬링대회 포에버 히어로 4차 대회에서 밥샙 선수와 이왕표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밥샙 선수가 승리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009년 서울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에서 열린 김일 선생 서거 3주년 WWA 세계프로레슬링대회 포에버 히어로 4차 대회에서 밥샙 선수와 이왕표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밥샙 선수가 승리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 담도암 투병, 타이슨과 매치 무산돼 아쉬워

이왕표는 세월이 흘러도 건재했다. 본인 스스로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열정이 항상 살아 있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투쟁심이 불탔다. 오랜 시간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그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6시간은 운동을 의무처럼 했더니 나이 먹은 것을 못 느꼈다”면서 “20대 때에는 패기만으로 붙다 보니 많이 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노련미도 생겨 이기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늘 강인했던 이왕표는 2013년 담도암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했다. 때문에 세기의 빅 매치가 아쉽게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헤비급 전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미국)과의 경기 성사 여부를 의논하고 실제 서울과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에서 하는 것으로 굳어졌는데 암 투병을 하면서 무산 됐다. 투병 생활은 힘들었지만 열정과 투지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도 ‘불사조’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 2~3년 안에 후계자 만들겠다

이왕표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1960~70년대 전성기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김일의 후계자로 40년간 미국 멕시코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약 1,600회의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프로레슬링 인기 하락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흑백 TV 시절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1980년대 중반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프로레슬링은 배고픈 종목이 됐다.

이왕표는 “전성 시대 궤도로 레슬링을 올려놨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 노출이 안돼 그렇지, 후배들 가운데 좋은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이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 2~3년 안에 후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양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왕표 은퇴기념 포에버 챔피언 대회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할 기회다. 이왕표는 “SBS스포츠에서 생중계를 한다”며 “WWA 극동 챔피언인 노장 노지심을 비롯해 WWA 태그 챔피언 홍상진, 김종왕 그리고 김남훈 임준수 김민호 등 기대가 되는 젊은 피들이 출격한다. 이번 대회는 후배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와 큰 성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는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25일 열리는 이왕표 은퇴경기 포스터.
25일 열리는 이왕표 은퇴경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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