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등록 : 2016.08.23 20:00
수정 : 2016.08.23 20:00

우려대로… 강의 없애 시간강사 줄인 대학들

등록 : 2016.08.23 20:00
수정 : 2016.08.23 20:00

성신여대, 교양강의 54개 폐지

내년 시간강사법 시행 앞두고

강사 처우 개선 대신 숫자 줄여

결국 전임교원 노동 강도 세져

“강의 질 저하 불 보듯” 지적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성신여대 간호대 1학년인 A씨는 올해 2학기 필수 교양과목을 신청하지 못했다. 수업 정원보다 학년 정원이 20명이나 많아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추가 수강신청도 불가능한 과목이라 정원 증원 소식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학교 측은 “내년에 수업을 들으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내놨다. A씨는 23일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해 ‘노답(답이 없다)’인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정은 다른 학부생도 마찬가지다. 성신여대 학생들의 교양수업 신청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학교 측이 올해 일부 전공ㆍ교양강의를 크게 줄인 탓이다. 성신여대에 따르면 2학기 수강 가능한 교양강의는 298개로 1년 전(344개)과 비교해 54개나 줄었다. 법학과 경영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역시 1학기부터 꾸준히 강의수가 감소해 전공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학교가 대대적으로 강의를 줄인 것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규모를 축소할 필요성이 생겨서다. 내년부터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 의무화 등을 담은 시간강사법이 시행돼 비용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전임교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 성신여대는 서울 주요 대학 중 전임교원 대비 시간상사 비율이 230.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수업숫자가 급감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특히 졸업 요건을 채워야 하는 고학년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교과과정 개편 방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성신여대 대나무숲’에는 “들으려 했던 수업이 다 사라져 블록쌓기처럼 시간만 맞으면 넣는 수준”, “400만~500만원 등록금을 내고 다니면서 들어야 할 수업도 줄어들었다”는 등 학교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생 이모(22)씨는 “학교가 시간강사 고용 안정은 외면하고 학생들을 희생양 삼아 전임교원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관계자는 “강의 수 축소는 실력을 검증 받은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높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간강사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시간강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희대는 올해 1월 교양교육기관인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강의를 해온 강사 45명을 무더기 해고해 논란을 빚었다. 서울대 음대 강사들 역시 1월 학교 측이 5년 임용 기간을 보장하던 관행을 1년으로 축소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들은 과목 폐지뿐 아니라 시간강사 담당 과목을 전임교원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강의 질은 외려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시간강사가 맡은 강의가 사라지면 다양성이 떨어지고 전임교원들의 노동 강도도 세져 강의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도모하면서 전임교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교원 구조를 재편해야 시간강사법이 안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시간강사법 시행 전 나타나고 있는 각종 부작용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적립금 투자 등을 통해 시간강사들을 전임교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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