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등록 : 2018.01.03 17:24
수정 : 2018.01.03 18:26

"한국 부부들은 왜 헤어지는가 돌아보고 싶었다"

장편소설 ‘홀딩, 턴’ 낸 서유미 작가

등록 : 2018.01.03 17:24
수정 : 2018.01.03 18:26

서유미 작가는 “문단 성폭력 폭로, 여성혐오 논란 후 영향 받지 않은 작가는 없다”며 “나 역시 영진을 가부장적 남성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10년 전 ‘한국형 칙릿’ 소설이 유행했다. 젊은 여성들의 욕망을 패션과 소비, 연애에 투사했던 칙릿은 독자 허영심만 자극하는 로맨스 소설의 변형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섭게 시장을 형성했다.

페미니즘이 여러 의미 분석 속에서 문단의 지지를 받으며 독자층을 확장해왔던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린 ‘쿨하게 한 걸음’(2007)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서유미(43) 작가는 데뷔 당시 ‘칙릿 작가군’으로 분류됐다. 그는 장편 ‘판타스틱 개미지옥’, ‘당신의 몬스터’ 등에서 동시대의 인간 군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며 뾰족한 사회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 작가가 부부의 이별을 소재로 한 신작 ‘홀딩, 턴’(위즈덤하우스)을 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서 작가는 “예전에는 나를 둘러싼 사회를 관망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지금은 사회와 개인의 관계,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인물의 내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발표한 경장편 ‘끝의 시작’, ‘틈’에 이은 남녀 파경 3부작 중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파경 3부작을 쓰는 동안 서 작가의 남편 강태식 작가가 등단했고, 서 작가는 아이를 낳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끝의 시작’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연애를, ‘틈’이 불륜을 담았다면 신작은 이 시대 평범한 부부가 헤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지원과 영진은 결혼이라는 대륙에 무사히 정박한다. ‘결혼 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와 달리 현실의 사랑은 감정 앞에 초라해지고 관계에 대한 회의가 곰팡이처럼 번져간다.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의미 있어 보이던 시기를 지나 웃거나 밥 먹는 모습까지 싫어지는 권태기가 두 사람을 관통한다. 반복되는 싸움 끝에 부부는 결혼 5년째에 이별을 결심한다.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던 테이블은 이혼 협상 테이블로 바뀐다.

왜 계속 파경 얘기냐는 질문에 작가는 “최근 소설의 공기가 바뀌었다”며 차이점을 강조했다. 6년 전부터 한 문화센터에서 소설작법을 가르치며 변화를 경험했다. “예전 습작생들이 소설에서 여자가 길을 가는데 남자가 말을 걸고 짐을 들어주는 장면 보면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로맨스를 상상했거든요. 요즘은 대개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장면을 상상해요.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사에 해피엔딩이 없어요.”

영진과 지원의 이혼에는 대한민국 여성이 겪는 보편적 ‘결혼생활’의 문제가 깔려있다. 지원은 영진에게 집안일은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고 설득해야 한다. 서로 못하는 요리는 둘 다 포기하기로 합의하지만, 영진이 시댁에서 반찬 싸달라고 조를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82년생 김지영’의 이혼 버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작가는 “부부의 관계가 틀어질 때 사회적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자료를 촘촘히 모으기 보다 주변인들을 취재해 에피소드에 반영했다.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맺는다. 2016년 온라인서점 예스24에 ‘테이블’이란 제목으로 연재할 당시 이별에 방점을 두고 썼지만 “쓰다 보니 사랑이야기가” 됐다. 제목을 ‘홀딩, 턴’으로 바꾼 이유다. 스윙댄스에서 파트너와 손을 잡은 자세를 뜻하는 ‘홀딩’, 각자 방향으로 ‘턴’하는 모습에서 따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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