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경석 기자

등록 : 2017.09.18 18:18
수정 : 2017.09.18 19:37

독일 탈원전 전기료 폭등 사실 아냐.. “한국도 2030 신재생 비율 20% 가능”

등록 : 2017.09.18 18:18
수정 : 2017.09.18 19:37

#1

獨 에너지 전문가 드미트리 페샤

한국지리, 태양광-풍력발전 가능

스마트그리드 기술도 최고 수준

#2

유럽서 원전은 ‘미래 없는 산업’

신재생에너지 확산 속도 높이려면

국민의 투자-이윤창출 유도해야

[DSC_2934-1]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유럽에너지협력분야 선임 디미트리 페샤는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충분히 늘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한국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쉽진 않겠죠.

하지만 한국 산업은 스마트그리드(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효율화한 지능형 전력망), 배터리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독일의 에너지 연구단체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선임 연구원 디미트리 페샤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편집국을 찾아 “유럽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지만, 정부 주도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에 대해 페샤 씨는 “한국은 30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에너지 설비를 집중 설치할 용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삼면이 바다인 점을 활용해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 설비를 건설하면 지역 주민의 반발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을 갖췄다“며 “여기에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20여년 간 독일에서 사는 페샤 씨는 2008~2013년 독일 주재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오랜 기간 독일의 에너지, 환경, 자원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했다. 아고라로 옮긴 뒤엔 유럽 국가 간의 에너지 협력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세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일본, 베트남 등과 협력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19~22일 열리는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한국에 와 보니 소수 이해관계자가 유럽 에너지 정책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이야기하는 것 같아 공정한 논의를 위해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느껴 한국일보를 찾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후 일각에서는 독일 사례를 탈원전 반대의 논거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한 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전기요금 급등으로 국민과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전력수급도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기요금이 20년 전 보다 2배가 된 건 사실이지만 초기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때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원전보다 싸져서 3년 전부터 요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기업에도 국제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정책적인 보호가 있었습니다.”

페샤 씨는 유럽의 원자력산업에 대해 “미래가 없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원전을 짓는 비용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많이 들고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도 커져 신규 원전 계획이 대폭 줄었다. 독일에선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인식이 급변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도 별로 없었다”며 “가정의 경우 전력소비를 줄이고 직접 생산한 태양광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기도 해,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설비는 약 113GW로 최대 전력수요치인 86GW에 비해 27GW 정도의 여유 설비가 있다. 이에 대해 페샤 씨는 “국가간 전력망이 연결된 유럽과는 처지 등을 고려해 예비 전력률을 높이 잡았을 수도 있지만 조금 높은 수치인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럽의 예를 들자면 경제 발달에 따라 전력수요가 계속 높아질 거로 예측했지만 에너지 효율화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수요가 줄었습니다. 일반 가정의 경우 단열재 보강 등을 통해 겨울철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었죠. 또 산업계에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수요자원거래(DR) 시장을 활성화해 전력수요를 낮췄습니다.”

이웃국가와 전력망을 연결하기 어렵고 국토의 70%가 산간 지역인 우리나라의 환경적 여건은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페샤 씨는 “한국처럼 이웃국가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아일랜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미 30%를 넘어섰고 이베리아반도에 있어 사실상 고립된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가가 전력수급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전력 생산과 공급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민영화 체제가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페샤 씨는 “독일은 국민이 직접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으면서 확산속도가 빨라졌고, 경쟁체제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급감하며 좀 더 빨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샤 씨는 끝으로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있어서 주민 참여가 절대적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이 정부 주도로 시작했더라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야 한다, 수익 분배 세금 감면 등 신재생에너지 유인책을 늘려 시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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