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8.01.13 04:40
수정 : 2018.01.13 19:55

[B급 이 장면] “한글 창제 이념에 감명”했다는 할리우드 배우

‘한글 전도사’ 토머스 맥도넬과의 SNS 인터뷰

등록 : 2018.01.13 04:40
수정 : 2018.01.13 19:55

미국 배우 토머스 맥도넬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과 사진.

※연예계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B급 장면’을 소개합니다. 특종보다 재미있는, 연예계 이면의 진실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 초코파이를 봉지째 입에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뜬 사진과 식감 운운하는 글까지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걸 보니 한겨울 이 파이가 어지간히 생각났나 싶습니다.

반전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올린 게시물이 아니라서입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미국 배우 토머스 맥도넬(31)이었습니다.조니 뎁 주연의 영화 ‘다크 섀도우’와 미국 드라마 ‘원헌드레드’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입니다.

맥도넬의 SNS는 ‘한글 전시장’입니다. ‘면접 망햇어’부터 ‘이거 실화냐?’란 최신 유행어까지 등장합니다. 그때그때의 심경을 SNS에 한국어로 수시로 올려 한국인의 계정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죠. 맞춤법은 서툴지만, ‘한국에는 꽃샘추위가 있고 미국에는 인디언 썸머가 있습니다’란 문장까지 한국어로 올린 걸 보면 한국어에 대한 이해는 유아 수준을 넘어선 듯 보입니다. 온라인에선 그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한국의 네티즌은 맥도넬을 ‘한글 전도사’라 부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는 할리우드 배우는 어떻게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이유가 궁금해 지난달 SNS로 연락해 봤습니다. 12일 만에 답변이 왔습니다. 맥도넬이 한국어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브라질에 사는 그의 팬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K팝을 좋아하는 팬과 K팝에 대한 관심을 나누다 한국어에까지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맥도넬은 한국어로 된 뉴스 등을 보며 한국어를 독학했습니다. 때론 한국인 이웃인 김씨 가족에게서 한국어 공부에 도움을 받기도 했답니다.

맥도넬은 배울수록 한글의 모양과 말의 소리에 끌렸습니다. 영어와는 다른 한국어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하더군요. 그는 한글의 창제 원리를 얘기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한글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쓰고 배울 수 있게 하려고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돼 큰 감명을 받았어요.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요!”

세종대왕께서도 놀랄 만한 답을 한 맥도넬은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깡통’을 꼽았습니다. 한국어로 직접 써 줬습니다. 받침이 ‘o(이응)’으로 같아 시각적으로 통일성이 있는 데다, 한국어 특유의 된소리 발음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파는 한국 문화 상품 기획팀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관계자를 만났는데, 실제 외국인들이 한글의 디자인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뜻은 모르지만, 언어 자체의 모양과 소리를 즐기고 있는 겁니다.

한국어에 빠져서였을까요? 멕도넬은 한국 사람이 다 된 듯 합니다. 그는 한반도 지도의 ‘SEA OF JAPAN(일본해)’ 표기에 빨간색으로 ‘X’자를 친 뒤 ‘EAST SEA(동해)’라고 바꾼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울릉도 옆 작은 섬에 ‘Dok-do(독도)’란 글도 함께 표기했더군요. 이유를 묻자 “세계 지도 제작에 있어 일본해를 동해로 표기하는 관점의 변화를 짚어주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맥도넬은 “한국어를 배울수록 문화를 더 이해하게 되더라”고 했습니다.

맥도넬은 요즘 선미의 ‘가시나’를 즐겨 듣는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DJ인 예지의 음악도 자주 듣고요. 한국에서도 소위 인디신에서만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음악까지 찾아 듣는 걸 보면 한국 음악의 ‘힙스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인 그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는 무엇일까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었습니다. 이 영화 제목 역시 그는 한국어로 적어 보내줬습니다.

맥도넬은 한국어로 ‘베이비 사랑해요’란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네티즌에 인사도 건넸습니다.

“정말 한국 가고 싶어요. 가능한 한 빨리 방문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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