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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친구들이 그리워요"... 김주혁이 남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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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친구들이 그리워요"... 김주혁이 남긴 말들

입력
2017.11.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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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김주혁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김주혁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부슬부슬 하늘도 울었다. 2일 고 김주혁의 마지막 가는 길은 100여명의 배우들과 영화 드라마 관계자들이 함께 한 눈물바다였다. 웃고 있는 영정사진이 떠나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세상은 그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의문을 갖지만, 그를 아끼는 팬들은 그저 그가 왜 그렇게 세상을 일찍 떠나야 했는지가 가슴이 아플 뿐이다. 10월은 이제 그가 왔다가 사라진 아픈 계절로 남게 됐다. 올 들어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말들을 되짚어봤다.

"'1박2일' 친구들이 그리워요. 금요일과 토요일이 녹화였는데 금요일만 되면 생각납니다. 왠지 (녹화를) 가야 할 것 같고, 그러다가도 금요일 밤 12시쯤 되면 '하차하길 잘했다' 싶어요. 그쯤 되면 야외취침 할 시간이기 때문에(웃음)."

=영화 '좋아해줘' 제작보고회에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하차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 김주혁이 2년여 간 출연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 KBS 제공
고 김주혁이 2년여 간 출연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 KBS 제공

"요새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느끼는 것을 이야기해요. 벌써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나. 같이 살아보자는 말을 하지 않나.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지만. 그런 자리는 꼭 가고 싶어요. 한 열 댓 명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영화 ‘공조’ 인터뷰 중 나이가 들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인터넷 기사나 댓글은 잘 안 봐요. 기계랑 잘 안 친해서(웃음). 스마트폰도 잘 사용 안 해요. 댓글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을 까봐.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놈'이에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영화 ‘공조’ 인터뷰 중 악역 도전 후 주변 반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매일 해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도.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기억하려고 많이 노력하죠. (작품 속에) 내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거죠."

=영화 '공조' 인터뷰 중 최근 고민 거리가 있다면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고.

"후배들에게 '귀를 열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말밖에 없어요. 듣고 봐라.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어떻게 연기가 늘겠어요? 현장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러한 태도예요."

=‘아르곤’ 종방 인터뷰 중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어릴 때는 배우에 전혀 관심 없었어요. 대학에 가서 연기가 좋아졌죠. 아버지 직업이 배우인 거지 별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저 (제게) 불편할 뿐이지. 왜냐하면 아버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막 살지 못한 것이 아쉽죠. '막 산다'는 건 전부 표현하면서 살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그런 억눌림을 해소하지 못한 것. 그래서 배우들 중에 내성적인 사람이 많아요."

=’공조’ 인터뷰 중 배우 생활의 힘든 점을 말하면서.

영화 ‘공조’에서 북한 비밀 조직의 리더 차기성 역을 맡아 열연했던 고 김주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공조’에서 북한 비밀 조직의 리더 차기성 역을 맡아 열연했던 고 김주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술을 못해요. 한 잔 마시고 주사부릴 바에야 아예 안 먹는 게 낫죠. 그래서 회식이 싫어요. 사람들은 인생의 재미를 모르고 산다고 말하던데, 그런(술 먹는)재미는 모르겠어요. 취해서 사람들에게 비비기도 하고 그러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게 안 되죠. 항상 맨정신이니까요. 그래서 술 대신 만날 줄담배만 피우는 지도요."

=영화 ‘공조’ 인터뷰 중 술을 못하는 이유를 들려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SNS는 사진을 찍으면 너무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잖아요. 기분 나쁜 모습이 아니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죠. 그래서 사람들이 항상 행복한 줄 알아요."

=영화 ‘좋아해줘’ 제작보고회 중 상대역인 최지우에게 SNS 사용법을 알려주지만, 정작 본인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좋은 드라마였다는 반응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어차피 배우가 작품을 하는 게 의미보다는 재미를 주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극중 김백진이 말한 것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의미를 갖게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는 보고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것이다' 그 말은 내 자신도 뒤돌아보게 만드는 깜짝 놀라는 말이었어요. 좋은 대사였어요."

=tvN 드라마 ‘아르곤’ 종방 인터뷰 중 연기력 호평을 받았다고 하자.

고 김주혁은 tvN 드라마 ‘아르곤’서 앵커 겸 기자 김백진으로 출연해 연기 호평을 받았다. CJ E&M 제공
고 김주혁은 tvN 드라마 ‘아르곤’서 앵커 겸 기자 김백진으로 출연해 연기 호평을 받았다. CJ E&M 제공

"이제야 연기에 재미를 느껴요. 길이 세 가지가 있다고 봐요. 지금 이 길로 가야 한다는 확신, 그 길이 멀다, 이 길을 가야겠다는 고민. 이 중에서 이 길을 가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해서 지금의 길을 찾은 거 같아요. 비록 그 길이 덜그럭거릴 때도 있겠지만 그 길로 가야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일을 하는 거예요. 이걸 잡을까 말까 하는 것(망설임)과는 너무 다르죠. 연기를 할 때 틀릴지언정 주저하지 않는 게 생긴 겁니다. 그래서 무얼 해도 재미가 있는 것이죠."

=‘아르곤’ 종방 인터뷰 중 올해 한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자.

"정작 제가 좋아하는 옷차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달라요. 제가 많이 보여드린 수트, 면바지에 남방 차림은 사실 좋아하지 않아요. 제게 너무 잘 어울리는 걸 알기 때문에 싫어요.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옷을 입어보고 싶은데, 스타일리스트와 한 번 고민해보려고 해요. 제 옷은 여자들이 탐을 많이 내요. 그래서 옷 선물도 많이 했어요."

=‘아르곤’ 종영 인터뷰 중 자신의 스타일을 이야기하며.

"요즘에는 (대본)글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요. 의미가 달리 보이는 거죠. 연기하는데 좋은 기분이 들고요. 이게 맞는 지 안 맞는 지 모르겠지만 예능이 도움이 된 듯해요. 인지도가 아니라 예능에 출연한 그 자체가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아르곤’ 종방 인터뷰 중 연기 호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선배가 된다는 건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겁니다. 제가 일찍 나오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거죠. 게으르고 '꼰대'같이 굴고, 스태프가 대기실로 데리러 올 때까지 차에 있지 않는 것이에요. 저는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한결같이 보여주려고 해요. 그러면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태프들이 '벌써 나오셨냐?"고 말할 정도로 현장에 일찍 나가요. 배우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지켜 온 저만의 법칙이죠.”

=‘아르곤’ 종방 인터뷰 중 자신의 직업관을 이야기하며.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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