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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가 작아졌나, 16강 영웅된 거미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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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가 작아졌나, 16강 영웅된 거미손들

입력
2018.07.02 17:06
수정
2018.07.02 19:31
26면
0 0

크로아티아-덴마크 승부차기

양측 10개 킥 가운데 5개나 막아

패배한 덴마크 수문장 슈마이켈

페널티킥 등 선방에 MOM 선정

스페인-러시아 경기도 승부차기

러 아킨페프 2골 막아내 ‘기적’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친 러시아 아킨페프(왼쪽부터), 덴마크 슈마이켈, 크로아티아 수바시치. AP, 타스 연합뉴스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친 러시아 아킨페프(왼쪽부터), 덴마크 슈마이켈, 크로아티아 수바시치. AP, 타스 연합뉴스

영국 BBC에 따르면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는 2014 브라질 대회까지 26차례 진행됐다. 총 240번의 킥을 찼고 성공 개수는 170번이다. 성공률은 71%로 10명이 차면 7명은 골을 넣는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이 확률은 통하지 않는다. ‘거미손’과 11m 앞에서 마주한 키커는 한 없이 작아졌다. 덴마크의 카스퍼 슈마이켈(32ㆍ레스터시티)과 크로아티아의 다니엘 수바시치(34ㆍAS모나코)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 승부차기에서 10개의 킥 가운데 무려 5개를 막았다.

결과는 세 차례 선방한 수바시치가 두 개를 막아낸 슈마이켈에게 판정승을 거뒀지만 둘 모두 승자로 남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슈마이켈은 1-1로 맞선 연장 후반 11분 상대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킥을 막는 등 눈부신 선방쇼로 팀 패배에도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앞서 열린 러시아와 스페인의 16강전에서도 영웅은 러시아의 수문장 이고르 아킨페프(32ㆍCSKA 모스크바)였다. ‘질식 수비’를 내세운 러시아 전력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러시아 벤치는 1-1 승부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 경기 운영을 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아킨페프는 승부차기 2-2 상황에서 상대 세 번째 키커로 나선 코케(26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슛을 두 손으로 막았다. 또 4-3으로 리드한 가운데 마지막 상대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31ㆍ셀타 데비고)의 슛을 왼발로 걷어내고 포효했다. 반면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인 다비드 데 헤아(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단 한 개도 막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날 MOM에 나란히 뽑힌 슈마이켈과 아킨페프는 주위의 혹독한 평가를 딛고 ‘반전의 거미손’으로 거듭났다. 슈마이켈은 세계적인 골키퍼였던 피터 슈마이켈(55)의 아들이다. 피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골키퍼이며, 국가대표로도 덴마크를 유로 1992 우승과 1998 프랑스월드컵 8강으로 이끈 축구 영웅이다. 아버지와 달리 카스퍼는 첫 소속 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 신분으로 여러 팀을 돌며 전전긍긍했다.

아버지와 비교해 ‘한참 뒤떨어진다’는 혹평도 들었지만 그는 2016년 레스터시티에서 주전 수문장으로 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러시아월드컵에서 팀을 16강에 올려놔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피터는 아들의 결정적인 선방에 격하게 환호하기도 했다. 아버지처럼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끌지 못했지만 슈마이켈은 “우리는 젊고 좋은 팀”이라며 “다시 (월드컵에) 돌아오겠다”고 덴마크의 밝은 미래를 그렸다.

아킨페프도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했다. 아킨페프는 빠른 상황 판단으로 상대 슈팅 각도를 좁히고, 수비 조율 능력이 뛰어나 ‘야신의 후계자’로 불렸지만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 이근호의 슈팅을 놓치는 실수로 ‘기름손’ 오명을 썼다. 또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43경기 연속 실점이라는 굴욕도 당했다. 그래도 아킨페프는 러시아의 가장 듬직한 존재였고, 주장으로서 승부차기 때 손과 발로 러시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 잉글랜드 대표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아킨페프의 선방에 대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아킨페프는 “운이 좋았다. 신에게 감사하다”며 자세를 낮춘 뒤 “후반전부터 승부차기 승부를 원했고, 실제 그 일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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