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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봉 쥐여주면 뭐하나 딱 봐도 경찰 마네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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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봉 쥐여주면 뭐하나 딱 봐도 경찰 마네킹인데

입력
2017.08.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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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관내에 모형 20개 설치

“가짜” 소문 퍼져 무용지물

관리는 지구대 몫 업무 가중

22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교차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했지만, 모형 경찰이라는 사실이 퍼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교차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했지만, 모형 경찰이라는 사실이 퍼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이모(69)씨는 최근 광탄면의 한 도로를 지날 때 마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도로 옆 인도를 경찰 복장에 교통봉을 쥔 마네킹이 지키고 있지만 누가 봐도 가짜인 것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찰이 꼼수 단속을 위해 마네킹을 세워뒀다는 소문이 택시기사 사이에선 다 퍼져 있다”며 “처음엔 실제 경찰인줄 알았는데, 한번 안 이후로는 신경 안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가짜 마네팅 경찰은 경기 파주경찰서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달 초 관내 도로 곳곳에 세웠다. 예산은 400만원가량으로 현재 20개가 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누가 봐도 마네킹인 사실이 드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마네킹 경찰이 서있는 도로 곳곳에서 제한속도(60㎞/h)를 넘어 주행하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에서 5㎞ 가량 벗어난 한적한 왕복2차선 도로 한편에 서있는 마네킹경찰은 충돌사고 위험 때문인지, 도로와 1m이상 떨어져 설치돼 수풀 등에 가려 운전자들의 눈에 띄지조차 않았다. 이곳 도로 역시 시속 80㎞를 넘게 달리는 과속차량이 자주 보였다.

실효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이들 마네킹을 교통경찰이 아닌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파출소 직원들이 매일 마네킹의 복장을 확인하고, 경찰복 세탁과 함께 교통봉 작동까지 다 챙기다 보니 오히려 업무가 가중된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최근엔 한 경찰마네킹 경찰복이 사라진 일도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주일에 한번씩 마네킹의 위치도 바꿔줘야 한다.

22일 경기 파주시 농촌마을을 지나는 왕복 2차선 도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도로 옆 수풀 등에 가려 운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22일 경기 파주시 농촌마을을 지나는 왕복 2차선 도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도로 옆 수풀 등에 가려 운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경찰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 올해 파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3→28명) 증가했다”며 “이에 고육지책으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초행길 운전자의 사고예방을 위해 마네킹경찰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22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교차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22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교차로에 설치된 마네킹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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