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관내에 모형 20개 설치
“가짜” 소문 퍼져 무용지물
관리는 지구대 몫 업무 가중
경기 파주시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이모(69)씨는 최근 광탄면의 한 도로를 지날 때 마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도로 옆 인도를 경찰 복장에 교통봉을 쥔 마네킹이 지키고 있지만 누가 봐도 가짜인 것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찰이 꼼수 단속을 위해 마네킹을 세워뒀다는 소문이 택시기사 사이에선 다 퍼져 있다”며 “처음엔 실제 경찰인줄 알았는데, 한번 안 이후로는 신경 안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가짜 마네팅 경찰은 경기 파주경찰서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달 초 관내 도로 곳곳에 세웠다. 예산은 400만원가량으로 현재 20개가 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누가 봐도 마네킹인 사실이 드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마네킹 경찰이 서있는 도로 곳곳에서 제한속도(60㎞/h)를 넘어 주행하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내에서 5㎞ 가량 벗어난 한적한 왕복2차선 도로 한편에 서있는 마네킹경찰은 충돌사고 위험 때문인지, 도로와 1m이상 떨어져 설치돼 수풀 등에 가려 운전자들의 눈에 띄지조차 않았다. 이곳 도로 역시 시속 80㎞를 넘게 달리는 과속차량이 자주 보였다.
실효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이들 마네킹을 교통경찰이 아닌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파출소 직원들이 매일 마네킹의 복장을 확인하고, 경찰복 세탁과 함께 교통봉 작동까지 다 챙기다 보니 오히려 업무가 가중된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최근엔 한 경찰마네킹 경찰복이 사라진 일도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주일에 한번씩 마네킹의 위치도 바꿔줘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경찰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 올해 파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3→28명) 증가했다”며 “이에 고육지책으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초행길 운전자의 사고예방을 위해 마네킹경찰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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