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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정 "버스나 지하철서 내 노래 들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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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정 "버스나 지하철서 내 노래 들렸으면”

입력
2017.06.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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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슈퍼스타K5' 우승자인 가수 박재정은 독특하다. 그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까만 치마를 입고'다. 가수 김현철이 1992년에 낸 곡으로, 박재정이 태어나기 3년 전 세상에 나왔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Mnet '슈퍼스타K5' 우승자인 가수 박재정은 독특하다. 그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까만 치마를 입고'다. 가수 김현철이 1992년에 낸 곡으로, 박재정이 태어나기 3년 전 세상에 나왔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예능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처럼 엉뚱하고 순수했다. “이 돋움체 마음에 드는데요?”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가수 박재정은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명함에 박힌 본보 사명 글씨체와 배열을 보고 균형감이 있어 보인다며 관심을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연예인에게서 명함 디자인에 대한 품평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본보 이름을 두고 잠시 두서 없는 ‘아재 개그’를 하더니, 음악 얘기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 사뭇 진지하게 폭포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저 청년은 누구고, 여긴 어딘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잠시 머리가 혼미해졌다.

2년. 박재정이 29일 신곡 ‘시력’을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13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5’ 우승 후 2015년에 가수 윤종신 등이 속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미스틱)로 들어간 뒤 낸 첫 솔로곡이다. 박재정이 부른 ‘시력’은 윤종신이 작사하고, 프로젝트 그룹 015B 출신 정석원이 작곡해 2015년에 이미 완성된 노래였다. 앨범도 아닌 노래 한 곡을 내는 데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박재정은 “내 표현력이 문제였다”고 했다. 곡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윤종신으로부터 “이게 아니다”라는 퇴짜를 여러 번 맞았고, 결국 녹음만 5번 넘게 했다.

박재정에게 2년은 “목소리를 찾는 시기”였다. 창법부터 바꿨다. 노래할 때 목을 너무 써 둔탁하게 나오는 소리를 맑게 하기 위해서다. 매달 한 번씩 소극장에서 공연하며 노래 실력도 쌓았다. ‘슈퍼스타K5’ 우승 후 다시 밑바닥으로 내려가 가창을 몸에 새롭게 익히는 과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화제긴 했지만, 제가 받은 사랑은 많이 부족했잖아요.” 다른 시즌 우승자와 비교해 노래 실력 등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한 얘기다. 박재정은 “내 부족함을 알기에 창법 연습 등을 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2년이 짧은 기간은 아니다. ‘슈퍼스타K5’ 우승 후 다른 입상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미스틱에 들어오기 전 댄스곡을 내며 음악적 방황을 했던 박재정은 “좋은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2년을 버텼다.

이렇게 나온 ‘시력’은 1990년대풍 정통 발라드곡이다. 이별 후 힘든 상황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가사가 요즘 노래들과 달리 문학적이다. 박재정에게 1990년대풍 발라드는 낯설지 않았다. 박재정은 “윤종신과 김동률의 음악을 어려서부터 워낙 좋아했다”고 말했다. 올해 스물둘이 된 청년의 입에선 ‘춘천가는 기차’로 유명한 가수 김현철 얘기도 나왔다. 옛 발라드 노래가 “순수해서 더 좋다”고 했다.

박재정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규현 얘기가 나오자 진지함을 깨고 ‘엉뚱남’으로 돌아왔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친구가 규현을 좋아해 규현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은 적 있다고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말해 웃음을 준 바 있다. 박재정은 “그 친구가 뭘 좋아할까 궁금해 할 때였는데 마침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 가수들이 모여 부른 크리스마스 앨범을 갖고 있었다”며 “나도 그 이후 SM에 빠졌다”고 말했다. 미스틱 홍보 관계자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온 그의 SM 예찬은 이어졌다. 박재정은 “화성을 쌓은 곡이 많은 SM 노래가 좋다”며 “신인들의 음악도 꼭 챙겨 듣는다”고 했다. 박재정은 SM 신인 그룹 NCT의 래퍼 마크의 팬을 자청해 함께 신곡을 만들려 하고 있다.

박재정은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싶은 연예인으로 “김흥국”을 꼽기도 했다. “방송 끝나고 엉뚱한 내용으로 김흥국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와 정말 놀랐다”는 게 이유였다. 정통 발라드 가수를 꿈꾸는 청년의 취미는 축구다. K리그 홍보대사이기도 한 박재정은 집에 전 세계 축구 유니폼 200여 벌을 갖춘 ‘축구광’이기도 하다. “실제로 하는 건 못하고 보는 것만 좋아하는” 팬이란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인터뷰를 어떻게 끝내야 할까. 박재정은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선 그 내용이 뿌듯했던지, 다른 인터뷰에서도 써 먹어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음악이 제일 잘 들리더라고요. 버스 타고, 지하철 탔을 때요. 그래서 저도 제 노래가 누군가가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찾게 되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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