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아름 기자

등록 : 2018.01.10 16:01
수정 : 2018.01.10 22:16

갓 마흔살도 희망퇴직 대상… 은행권 감원 칼바람

등록 : 2018.01.10 16:01
수정 : 2018.01.10 22:16

작년 사상 최대 실적 거둿지만

‘디지털 금융’ 맞춰 구조조정

신한은행 대상자 늘리자 780명 몰려

당국도 청년 일자리 창출로 용인

게티이미지뱅크

# 내년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은행원 A씨(43)는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일 욕심이 있어 육아휴직도 쓰지 않았는데, 승진도 쉽지 않고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감하게 됐다”며 “때마침 퇴직 신청 자격 요건이 완화돼 퇴직금 외 별도 위로금도 나온다고 하길래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서 연초부터 감원 칼바람이 거세다. 급변하고 잇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고 중간 간부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은행들이 많다. 억지로 떠밀려 나가던 과거와 달리 공고를 내자마자 신청자가 몰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여야 할 금융권에선 되레 인원 줄이기가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는데 780여명의 직원이 몰렸다. 지난해(280여명)보다 2.8배나 많은 규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1978년 이전에 태어난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며 “조건에 따라 특별 퇴직금(8~36개월치 월급)을 추가로 주는데 신청자가 많아 마감일을 하루 연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종전엔 부지점장(부부장)급 이상이나 임금피크제(만55세) 적용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한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차와 나이 조건만 맞으면 직급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도록 하면서 직원들 신청이 늘었다.

국민은행도 지난 2일까지 38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올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뿐 아니라 2019년과 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 예정자인 1963~1965년생에게도 자격을 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한 회망퇴직에서 이미 2,8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07명을 내보냈다. NH농협은행도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이달 초 534명을 퇴직시켰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1,011명의 행원들이 나갔다.

과거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꺼내 들었던 ‘희망퇴직’이 정례화한 데는 모바일 거래 등 비(非)대면 서비스가 대세가 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모바일뱅킹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4조1,379억원으로 3개월 새 11.2%나 늘었다. 가입자 수가 500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세도 무섭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중년 이상의 창구 인력을 줄이고 젊은 정보기술(IT) 인력을 뽑아 디지털 금융 시대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희망퇴직 확대를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해석, 이런 분위기를 용인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장기근속하신 분들의 명예퇴직이 더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원들 역시 직급이 높아져도 단순업무가 많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은행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과거보다 줄었다”며 “앞으로도 젊은 직원들의 희망퇴직 러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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