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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김정일 특수분장에 1억6000만원, 땀나면 떨어질라 ‘냉동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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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김정일 특수분장에 1억6000만원, 땀나면 떨어질라 ‘냉동텐트’

입력
2018.08.18 04:40
수정
2018.08.18 12: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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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리-조명애 13년 전 만남 재현 위해 

 6개월 오디션으로 닮은꼴 조주희 찾아내 

영화 ‘공작’에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 배우 조주희가 조명애를 연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공작’에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 배우 조주희가 조명애를 연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화제작 ‘미스터 션사인’과 극장가 여름 대작 ‘공작’. 구한말 이병헌과 김태리의 로맨스를, 북한을 주요 배경으로 황정민과 이성민을 통한 남북 긴장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 못지 않게 눈길을 사로잡는 건 완벽에 가까운 시대 재현. 구한말, 그리고 북녘땅의 풍경와 인물들을 어떻게 되살려냈을까. 제작 뒷얘기를 들었다.

 

 400대 1 경쟁 뚫고 이효리 만난 ‘조명애’ 

“어, 진짜 비슷해요!”.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가수 이효리는 영화 ‘공작’ 촬영장에 갔다 깜짝 놀랐다. 아기자기한 이목구비에 반 묶음으로 허리까지 내려온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함께 연기할 배우가 북한 무용수 조명애를 쏙 빼닮아서였다. 이효리와 조명애는 2005년 국내 통신사 광고를 함께 찍었다. 이효리는 영화에서 10여 년 전 그 만남을 재연했다. 조명애를 연기한 배우는 조주희. 영화사가 6개월에 걸쳐 400여 명이 넘는 배우 오디션을 보고 찾아 냈다.

조주희는 ‘북한 무용수 단역 구함’이란 공고를 보고 지원해 조명애 역인 줄 몰랐다고. 그는 “촬영 1년 전부터 연기 선생님과 만나 북한말과 북한식 한복 옷고름 매는 법까지 배웠다”며 “촬영장에선 ‘이효리가 뭐 대단하냐, 넌 조명애다’라며 당당하게 대하란 주문을 받았다”며 웃었다. 조주희의 연기 선생은 영화 ‘베를린’에서 전지현에 북한말을 지도했던 군인 출신 한 탈북자였다.

영화 '공작'에 나온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별장. 경기 안성에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공작'에 나온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별장. 경기 안성에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억 원+@... 김정일 특수 분장에 2년 들여 

‘공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재현한 대상은 단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었다. 2년에 걸쳐 태평양 건너 ‘억’ 소리 나는 준비 과정이 이뤄졌다. 후보에 올랐던 세 중견 배우 중 얼굴형이 가장 닮아 뽑힌 기주봉은 2016년 11월 미국 뉴욕으로 갔다. 얼굴을 포함해 배까지 본을 떴다. 특수 가면은 물론 체형 보정 슈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정일 특수분장은 미국의 ‘프로스테틱 르네상스’가 맡았다. ‘맨 인 블랙3’와 ‘나는 전설이다’ 등을 작업한 할리우드 특수 분장 제작팀이다. 영화사 월광의 국수란 PD는 “본을 뜬 뒤 이듬해 미국 제작진이 한국으로 건너와 두 번의 시험 촬영 등을 하고서야 촬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정일 특수 분장에 들어간 비용만 약 1억6,000만 원. 더 큰 난관은 관리였다. 특수 분장 접착 성분 유효 기간은 5시간. 김정일 촬영은 지난해 6월 초여름에 시작됐다. 땀 때문에 특수 분장이 떨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촬영장엔 ‘김정일 냉동 텐트’가 마련됐다. 대형 에어컨이 설치된 텐트였는데, 사람들이 몰리면 행여 온도가 오를까봐 ‘기주봉 전용’으로 운영됐다 한다.

김정일 안경과 옷도 특별 제작됐다. 채경화 스타일리스트는 “인터넷 해외 중고 사이트에 북한 행사 풍경이 담긴 소책자를 사 북한 의상을 연구했다”며 “중국 단둥에 실제 북한 옷을 파는 곳에서 옷을 사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구두 굽도 12㎝ 높이로 제작됐다. 김정일은 생전 키높이 구두를 즐겨 신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촬영하느라 기주봉이 적잖게 애를 먹었다는 후문.

배우 이성민과 황정민이 영화 '공작' 주 촬영자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세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웃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성민과 황정민이 영화 '공작' 주 촬영자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세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웃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완벽한 재연에는 디테일이 중요한 법. 촬영장엔 ‘김정일 반려견’, 하얀색 몰티즈까지 투입됐다. 몰티즈는 김정일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윤종빈 감독은 “탈북 시인 장진성 씨가 쓴 ‘친애하는 지도자에게’를 보면 ‘김정일을 만나러 가 각 잡고 서있는 데 하얀 몰티즈가 발을 핥았다’는 내용이 있어 영화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두 마리의 몰티즈를 입양, 반려견 훈련소에서 4개월을 맡겼다. 기주봉은 몰티즈와 이틀 동안 합숙도 했다. 반려견을 안는 장면 촬영을 위해서였다. ‘로열패밀리’의 반려견인만큼 세련된 외모 관리는 필수. 훈련사 비용 및 털 관리 및 샴푸 비용 등에 2,500만 원이 들었다. 윤 감독 데뷔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 2,000만 원보다 많다.

영화 '공작'에 나온 북한 장마당.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공작'에 나온 북한 장마당.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양 영상 구입 ‘007 작전’… “북한 세트 제작 신고 촬영 중단” 

김정일의 으리으리한 대형 별장은 관객을 압도한다. 세트는 경기 안성에 지어졌다. 높이 7m에 1,200㎡(360평)의 큰 규모였다. 제작에 50일이 걸렸다.

김정일 별장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극비 중의 극비. 박일현 미술감독은 북한의 벽화, 건축 양식을 책으로 보고 만들어야 했다. 북한 정권의 신격화를 표현하기 위해 기둥도 신전 양식을 택했다. 벽화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어린이들과 함께 웃는 장면을 넣었다. 북한의 기괴함을 부각하기 위한 콘셉트다.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평북 영변군 장마당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 장면은 강원도 동해 인근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막사처럼 보이는 옛 건물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곳이어서다.

휴전선 너머 땅이라 접근이 어렵고 자료가 없다 보니 곡절도 많았다. 평양 시가지 모습 재현을 위해 시내 촬영 영상을 해외에서 샀다. 북한 영상을 파는 외국인을,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만나야만 했다. 누가 팔았냐고? 엔딩 크레디트에 영상 제공자를 숨기는 게 판매 조건이었다. ‘007 작전’이 따로 없다.

북한 초대소 촬영 세트에 적힌 표어 때문에 주민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 박 미술감독은 “한 대학에서 촬영을 했는데 경찰에서 찾아왔다”며 “나중에 오해가 풀려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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