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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ㆍ순환 배치→정례 배치→순환 배치… 美 전략자산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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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ㆍ순환 배치→정례 배치→순환 배치… 美 전략자산 잔혹사

입력
2017.10.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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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계속 낮아지는데 의미 똑같다니

軍 “단 하루만 한반도에 투입해도

전략자산 순환 배치” 강변 눈총

전개도 배치에 포함돼, 억지주장

당초 목표인 상시ㆍ순환배치 무산에

면피성 합의로 용어 해석에만 골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를 필두로 미 공군 F-35B스텔스전투기, 한국 공군 F-15K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다. 공군제공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를 필두로 미 공군 F-35B스텔스전투기, 한국 공군 F-15K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다. 공군제공

대북 억지력의 핵심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수위가 “순환 배치 확대ㆍ협력 강화”로 일단락됐다. 한미 국방장관이 28일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우리 측이 1년 전 SCM 에서 ‘상시ㆍ순환 배치’를 관철하려다 막판 무산된 이후 톤을 낮춘 ‘정례 배치’를 거쳐 가장 낮은 단계인 ‘순환 배치’로 결론이 났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가장 강력한 군사대응 카드인 미 전략자산에 매달리다 체면만 구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기존 입장을 바꿔 “단 하루만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와도 전개가 아닌 순환 배치”라고 억지주장을 펼쳐 눈총을 샀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순환 배치(rotational deployment)’는 말 그대로 B-1BㆍB-52ㆍB-2 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F-22ㆍF-35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을 번갈아 가며 한반도에 투입한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순환 배치가 정례적으로 이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전개했다가 빠지는 것도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와서 일정기간 ‘주둔’하는 것을 ‘배치’라고 표현하고, 단순히 왔다가 돌아가는 것은 ‘전개’라는 말을 썼다. 고작 하루 이틀 머물거나, 한반도 상공을 훑고 지나가는 경우는 당연히 배치가 아닌 전개에 해당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순환 배치에 전개도 포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SCM의 뼈아픈 경험 때문에 이번에 용어를 다시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SCM에서 ‘전략자산의 상시ㆍ순환 배치(permanent deployment on a rotational basis)’라는 문구를 합의문 초안에 넣었다가 미 측의 반대로 막판 무산된 전례가 있다. ‘상시’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순환 배치 앞에 굳이 상시라는 수식어를 고집한 데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공백 없이 전략자산이 연달아 와야 사실상 한반도에 주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전개에 불과한 순환 배치를 상시ㆍ순환 배치와 똑같은 의미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략자산 전개도 순환 배치와 마찬가지라고 끼워 맞추며 지난 1년 간의 대미 전략 실패를 애써 감추고 있다.

상시ㆍ순환 배치의 높은 벽을 절감한 국방부는 그 동안 ‘정례적(regularly)’ 배치라는 표현을 고수해왔다. SCM에서 미국에 뒤통수를 맞고 나서 지난해 12월 열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 한미는 상시 순환 배치보다 한 단계 낮은 정례 배치에 합의했다. 국방부는 “정례적이라는 말은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또 수시로 투입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본토와 전세계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는 기종 별로 20~60대 불과해, 군 당국은 정례 배치가 현실적으로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고수준의 성과라는 평가다.

국방부가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건 청와대와의 혼선 탓도 크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간 만찬회동 직후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히 순환 배치보다 강도가 높은 정례 배치를 강조해 온 국방부는 뒤집어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미 순환 배치라고 콕 집어 발표한 터라 뜻을 거스를 수도 없었다. 군 관계자는 28일 “우리끼리도 용어 통일이 안되니 미 전략자산 배치를 둘러싼 표현이 지난 1년간 널뛰기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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