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체제 선전에 이용됐다는 구설에 오른 알려진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26ㆍ리버풀)가 축구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25일(한국시간) “살라가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돌아올지, 말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ESPN은 “정치적인 자리에 참석하게 된 살라가 불쾌감 때문에 대표팀에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람자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이집트 축구대표팀의 송별회 자리에서 살라를 명예시민으로 임명했다. 카디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살라흐 체첸공화국의 명예시민이 됐다. 이집트 대표팀과 리버풀의 위대한 선수인 살라에게 명예시민 자격을 주는 서류에 서명했다”며 “살라에게 배지와 함께 명예시민 증서 사본을 줬다”는 글을 남겼다.
이집트 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니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집트 대표팀 선수들이 이슬람 신도들인 만큼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체첸의 수도 그로니즈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첸공화국의 수반 카디로프는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인과 성 소수자 탄압 때문에 서방 국가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카디로프는 그로니즈에 캠프를 차린 이집트 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살라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살라가 체첸공화국 명예 시민증을 받자 또 다시 체제 선전에 이용당했다는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카디로프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를 반대하는 자들은 돈을 받고 이런 식의 글을 쓴다. 우리는 이집트 대표팀은 물론 살라를 그로니즈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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