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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서른 즈음에'를 타이틀곡으로 예순 즈음에 첫 앨범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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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서른 즈음에'를 타이틀곡으로 예순 즈음에 첫 앨범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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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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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원은 “가사가 무거우면 재미가 없는데 나이가 들어 자꾸 가사가 무거워진다”며 음악적 고민을 털어놨다. 김종진 인턴기자
강승원은 “가사가 무거우면 재미가 없는데 나이가 들어 자꾸 가사가 무거워진다”며 음악적 고민을 털어놨다. 김종진 인턴기자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가수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의 마음을 울린다. 20대에겐 현재에 대한 소중함을, 30대에겐 공감을, 40대에겐 추억을 불러내며 전 연령층에 사색을 선물한다.

작곡가 강승원(58)은 지금도 김광석에게 이 곡을 줄 때를 잊지 못한다. 1994년 그룹 우리동네사람들에서 활동하던 강승원이 음악프로그램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서 ‘서른 즈음에’를 선보였고, 무대를 본 김광석이 곡을 달라고 부탁했다. 김광석은 “기타 살 때 보태라”며 돈뭉치를 내밀었지만 강승원은 그 돈을 마다했다. “그 녀석이 그렇게 원하는데 어떻게 (곡을) 안 주나요. 잘할 거라 믿어서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물론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을 줄은 몰랐지만요.”

6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작업실에서 만난 강승원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어제 가수 린과 술 한잔 했는데 아직 설거지를 다 못했다”며 양해를 구한 뒤 뒷정리를 마쳤다.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을 닦는 모습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작곡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린에게 파스타를 만들어줬다”며 요리 실력을 은근히 자랑하는 모습에선 친밀함까지 물씬 풍겼다.

강승원은 KBS 음악프로그램의 편곡을 담당하는 음악감독이다. 1991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6년째 무대 뒤에서 국내 음악 토크쇼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로 시작하는 ‘국민 CM송’도 그가 작곡했다.

오랜 시간 뚜렷한 발자국을 남겨 온 작곡가지만 정작 자신의 앨범은 한 장도 없었다. 그는 그동안의 미발표곡들을 선별해 2일 첫 정규앨범 ‘강승원 일집’을 발매했다. 음악 활동 40년 만에 ‘신인가수’로 대중 앞에 서게 됐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가수 자이언티와 린, 이적, 장기하, 박정현, 존박, 성시경 등 후배 가수들의 도움을 받아 12개의 수록곡을 완성했다. 그는 “신인 때부터 봐 온 친구들인데, 직접 부탁했더니 다들 흔쾌히 수락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강승원은 ‘나는 지금’에 대해 “40대뿐만 아니라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노래”라고 설명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강승원은 ‘나는 지금’에 대해 “40대뿐만 아니라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노래”라고 설명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뒤늦게 앨범을 발매하는 배경을 물으니 “노후 대책의 일환”이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프리랜서라 퇴직금이 없어 판을 팔아야 한다”는 농담 섞인 말을 덧붙였다. 8년 전 그의 앨범을 기다리던 선후배들이 500만원씩 모아 그의 앨범 제작을 지원했지만 어영부영하다가 발매 시기를 놓쳤다. 2014년 ‘노후 대책 프로젝트’를 시작해 정규앨범에 들어갈 수록곡들을 싱글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발표한 곡들을 차근차근 정규앨범에 묶고 가장 늦게 실린 전인권의 ‘서른 즈음에’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앨범에는 ‘서른 즈음에’ 후속으로 40대를 노래한 신곡 ‘나는 지금’도 담겼다. 40대 초반 작곡한 이 노래는 이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곡이다.

강승원은 자신의 생일인 4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라이브클럽 ‘타’에서 콘서트를 연다. “생일을 챙기는 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마련한 공연이다. 그는 벌써 정규앨범 2집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 놨다. “2집은 인지도가 없어도 제가 잘한다고 생각한 후배들과 해보고 싶어요. 음악성 좋은 친구들이 아직 많아요. 바버렛츠, 뉴욕물고기와 작업해보고 싶네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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