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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시장 상반기 음원 강자는... 방탄소년단 말고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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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시장 상반기 음원 강자는... 방탄소년단 말고 따로 있었다

입력
2018.07.04 04:40
수정
2018.07.04 09: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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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원시장에서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아이콘-모모랜드 반응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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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등 큰별 힘 못 쓰고

미투 열풍 속에서 힙합 약세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공연 모습.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취자들이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들은 곡(스트리밍)은 아이콘의 노래 '사랑을 했다'였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공연 모습.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취자들이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들은 곡(스트리밍)은 아이콘의 노래 '사랑을 했다'였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모모랜드가 지난달 낸 새 앨범 '펀 투 더 월드' 재킷 이미지. 지난 1월 낸 발표한 '뿜뿜'은 초등학생 사이 가장 인기있는 곡 중 하나다. MDL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모모랜드가 지난달 낸 새 앨범 '펀 투 더 월드' 재킷 이미지. 지난 1월 낸 발표한 '뿜뿜'은 초등학생 사이 가장 인기있는 곡 중 하나다. MDL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주류에 변화조짐이 보였다. 독설과 허세로 중무장한 래퍼 대신 걸크러시 여성 음악인이 약진했다. CD 플레이어가 골동품 취급받는 요즘, CD 판매량이 오히려 폭증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음원과 음반 판매량으로 되짚어 본 상반기 가요계 모습이다.

방탄소년단ㆍ트와이스 보다 아이콘ㆍ모모랜드

올 상반기 음원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아이돌그룹은 아이콘과 모모랜드였다. 빅뱅,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아이콘은 ‘사랑을 했다’로 1위에, 모모랜드는 ‘뿜뿜’으로 3위에 각각 올라 올 상반기 음원 차트를 접수했다. 데뷔 2~3년째인 신인 아이돌그룹의 반란이자 음원시장의 세대 교체다. 한국일보가 국가 공인 가온차트에 의뢰해 2017년 12월31일부터 2018년 6월23일까지 멜론 벅스 엠넷 등 6개 음원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스트리밍)된 노래 100곡을 뽑아본 결과다. 가온차트는 주간 단위로 기록을 집계해 조사 시작일이 12월31일이었다.

‘큰 별’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올해 초 지드래곤과 태양 등의 입대로 빅뱅 멤버들이 20대에 낸 마지막 곡으로 주목 받은 ‘꽃길’은 13위에, 일본에서 ‘TT’로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트와이스의 신곡 ‘허트 셰이커’는 18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아이콘과 모모랜드는 요즘 ‘초통령 (초등학생의 대통령)’으로 통한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랫말 등으로 유튜브엔 청소년들이 두 그룹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이 쏟아진다.

K팝 열풍을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에게도 음원시장의 벽은 높았다. 방탄소년단은 ‘DNA’로 24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5월 공개된 ‘페이크 러브’는 74위에 그쳤다. 국내 음원시장에선 세계를 호령한 방탄소년단보다 아이콘과 모모랜드의 노래를 더 많은 청취자가 찾았다는 뜻이다.

음반시장이 팬덤 중심의 특수 시장이라면, 음원시장은 불특정 다수의 보편적 시장이다. 방탄소년단이 음원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는 건 이들의 음악이 다양한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대중적 폭발력까지 얻지는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청하의 무대 모습. 지난 1월 낸 노래 '롤러코스터'가 올 상반기 음원 톱7(가온차트 기준)을 차지했다. 여성 솔로 댄스 가수의 톱10 진입은 2011년 지나의 '블랙 앤드 화이트' 이후 7년 만이다.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청하의 무대 모습. 지난 1월 낸 노래 '롤러코스터'가 올 상반기 음원 톱7(가온차트 기준)을 차지했다. 여성 솔로 댄스 가수의 톱10 진입은 2011년 지나의 '블랙 앤드 화이트' 이후 7년 만이다.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 상반기 음원 톱10 (스트리밍 기준)

※자료: 가온차트(조사기간: 2017.12.31~2018.6.23)

청하ㆍ마마무 선전, 힙합의 부진… 여성 이슈의 힘?

올 상반기 음원 톱10에 오른 여성 음악인은 세 팀이었다. 아이오아이 출신 청하가 ‘롤러코스터’로 7위에, 그룹 마마무가 ‘별이 빛나는 밤’으로 9위에 올랐다. 모모랜드를 제외하면 “걸크러시 여성 음악인들의 반향”(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이 눈에 띈다.

청하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으로, 마마무는 “눈치 보지 마, 네가 바로 보그(Vogue ㆍ유명 패션지)”라는 진취적인 노래(‘나로 말할 것 같으면’)를 앞세워 다른 여성 댄스 음악인들과 달리 여성 팬들이 많았다. 지지기반이 약한 여성, 특히 솔로 가수는 팬덤이 두터운 남성 가수에 밀려 차트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다. 청하가 견고한 음원 차트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건 음악 주 소비층인 10~20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솔로 댄스 가수가 음원 톱10에 오르기는 지나의 ‘블랙 앤드 화이트’(2011년ㆍ7위) 이후 7년 만이다.

반대로 젊은 층이 열광하는 래퍼들의 힙합 음악 부진은 뚜렷했다. 올 상반기 음원 톱20엔 힙합 음악이 단 한 곡도 포함되지 않았다. 힙합 오디션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가 방송되지 않아 특수를 보지 못했다.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미투(#MeToo)’ 시대에 역행한 일부 래퍼의 여성비하 가사 등에 대한 반감이 쌓인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 비하 가사뿐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돈 자랑과 특정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 일부 래퍼의 공허하고 거친 가사가 장르에 대한 반감을 키워 랩 음악 자체에 대한 거부 의식으로 이어졌다”(박준우 흑인음악평론가)는 분석도 나온다.

올 상반기에 가장 빛을 본 음악 장르는 1990년대풍 발라드였다. 장덕철의 ‘그날처럼’(2위)을 비롯해 멜로망스의 ‘선물’(4위),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10위) 등 3곡이나 톱10에 진입했다.

남성 보컬 그룹 장덕철이 한 방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11월 낸 노래는 올해 상반기까지 인기가 이어졌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장덕철의 '그날처럼'은 상반기 음원 톱2에 올랐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성 보컬 그룹 장덕철이 한 방송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11월 낸 노래는 올해 상반기까지 인기가 이어졌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장덕철의 '그날처럼'은 상반기 음원 톱2에 올랐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제공

로엔 제친 아이리버.... 음반 유통 파란

음악시장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음원 소비량은 약 5% 늘어난 데 반해 음반 소비량은 약 70% 폭증했다. 상반기 음반 판매량은 1,020만 여장. 지난해 같은 기간 605만 여장과 비교해 약 415만 여장 늘었다.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등 대형 팬덤을 지닌 아이돌그룹이 등장해 죽어 가던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약 174만장(1위)을 팔아 치웠다.

음반 유통의 ‘큰손’도 변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가 올 상반기 음반 판매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음반 유통의 전통 강호인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과반(52.2%)을 차지하는 파란을 낳았다. SM엔터테인먼트(SM)와 JYP엔터테인먼트(JYP),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로엔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2월 아이리버와 손잡고 음악 유통의 새 판 짜기(SMㆍJYPㆍ빅히트가 SK텔레콤과 손잡은 속사정

ㆍ2월2일자 17면)에 나선 뒤 생긴 변화다.

“음반 유통에서의 주도권을 잡아 추후 아이리버가 음원시장에 본격 진출할 때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이란 전망도 나와 향후 음원사이트 멜론을 소유한 로엔과 아이리버ㆍSM JYP 빅히트 연대가 음악 유통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리버는 올해 안에 새 음원사이트를 출범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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